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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남PD May 23. 2020

#18. 아기가 안 생겼다, 시험관을 했다...

난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속앓이

결혼을 하면 바로 아기가 생기는 줄 알았다. 결혼하고 약 1년 반 정도는 피임을 해 가며 보냈고, 2년 차에 접어들 무렵, '이제 아기를 가져 볼까?' 하며 슬슬 임신을 시도했다.


"여보... 나 생리해..."
"아, 그래? 괜찮어! 다음 달에 또 기회가 있잖아."
"우울하다...."
"뭐가 우울해. 괜찮어. 우리 오늘 저녁에 와인 파티나 할까? 내가 케이크 사 갈게."


생각보다 임신은 어려웠다. 아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일 년에 딱 열두 번.  달에 딱 5일 정도다. 이런 사실도 서른을 훌쩍 넘어, 임신을 시도하며 알게 됐을 정도로 나는 임신에 무지했고, 의사 친구와 어렵게 임신한 주변 친구들을 통해 배란일과 임신 가능일 계산법을 배웠다. 우리 부부는 나름대로 열심히 아기를 가질 준비를 했고, 날짜에 맞춰 좋은 생각을 하며 임신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누구 한 사람이 출장을 가거나, 빠질 수 없는 회식이 생기거나,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그 마저도 잃게 된다.


"자기야... 우리 팀 후배 있잖아. 이번에 결혼한 애. 임신했대."
"아... 그래? 우리 자기 기분 우울하겠네..."
"응... 축하할 일인데, 난 너무 우울해."
"괜찮아. 우리도 곧 생길 거야. 너무 우울해하지 마."
"왜 우리한텐 안 찾아오지? 나 자기랑 꼭 닮은 아기를 낳고 싶어."
"곧 생길 거야. 이번 달에도 안 생기면, 우리 병원 가보자."


그렇게 나는 나보다 1년 먼저 결혼한 후배와, 1년 후 결혼한 후배, 그리고 그보다 더 늦게 결혼한 동료가 아이 소식을 전할 때까지 아기를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병원에 가 보기로 했다. 지인으로부터 임 부부들에게 유명하다는 전문 클리닉을 추천받아 방문을 했고, 병원에서 추천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첫 진료를 받았다. 나와 남편은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때 까지만 해도,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았다.


"두 분 다 기능적인 면에서 수치가 떨어져 있어요. 나이도 있으시고 해서, 만약에 아기를 가질 생각이 있으시다면, 바로 시험관에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의사는 처음부터 시험관을 했다. 같은 부서 남자 선배가 시험관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애가 참 안 생기나 보네... 내 주위에도 시험관 하는 사람이 있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시험관 시술을 내가 받게 되다니... 망설이는 우리 부부에게 의사는 '나팔관 조영술'을 권했다. 검사하고, 결과를 보고, 한 달 정도 자연임신을 시도해 보고... 다음 주, 그다음 주, 그 다다음 주...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 거였구나, 나팔관 조영술.'


너무 아파서 눈물이 주르륵 났다. 나팔관이 막혀 있으면 길이 막혀 수정이 안되기 때문에 나팔관이 제대로 뚫려 있는지를 보기 위해 검사를 하는데, 나팔관이 막혀 있었던 사람들은 간혹 이 검사를 하고 길이 트여 자연 임신이 되기도 한단다. 제발 그런 경우이길 바랐다. 검사를 하고 날짜를 받아 자연 임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fail.


"나팔관은 정상이에요. 두 분이 아일 가지시려면, 오늘 당장이라도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인공수정 없이 바로 시험관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인공수정은 뭐고, 시험관은 또 뭐람...' 


그저, 몸 상태만 점검하러 간 우리에게 '난임'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한 의사는 '나이가 많고, 수치가 떨어져 있으니 시험관을 하라'는 말을 참 대수롭지 않게 했다. 인공수정은 남자의 정자를 채취해 여자의 몸에 직접 정자를 주입시켜 주는 것이고, 시험관은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를 동시에 채취해 인위적으로 수정을 시킨 후 3일에서 5일, 분열시킨 배아를 여자의 몸에 직접 주입시켜 주는 것이다. 단계로 보면, 인공수정이 조금 더 전 단계, 시험관이 마지막 단계라 보면 된다. 퇴근길에 혼자 들러 결과 상담만 하려던 나에게 시험관 시작 여부를 결정하라는 의사의 단호박 같은 말은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잠시만요... 저 남편이랑 통화 좀 하고요..."

시험관을 하려면 여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아기를 너무 원했던 우리 부부는 일단 한 번 해 보기로 했고, 그날 바로 나는 주사실에서 배에 스스로 주사 놓는 법을 배웠다. 날카로운 주사 바늘을 내 배에 직접 찌른다는 건 웬만한 강심장 아니고선 힘들다. 배웠지만 너무 무서웠고, 남편이 찍어간 영상을 보며 배에 주사를 놓아주었다.


"여보, 근데 이것도 나름 재밌다! 우리가 이런 경험을 할 줄이야!"
"그러게! 여본 지금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 좋은 것만 먹어야 해. 소고기 좀 먹자."


한우, 브로콜리, 아몬드, 아몬드 우유와 아보카도 등 임신과 착상을 돕는다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잘 먹지 않던 아몬드 우유와 아보카도에 맛을 들였고, 지금까지도 좋아한다.


손발이 찬 아내를 위해 매일 따뜻한 물에 발 마사지를 해 주던 남편. 힘든 과정이었지만, 남편의 자상함이 그 어려웠던 시간을 잘 극복하게 해 주었다.


"3개가 수정에 성공했고, 다음 주에 시술하겠습니다."


2주 넘는 시간 동안 약을 먹고, 난자를 과배란 시켜야 한다. 한 달에 하나 나오는 난자는 호르몬 약을 먹으면 과배란이 되고, 일정 크기가 되면 난자를 채취한다. 남들은 20개씩도 나온다는데... 나는 겨우 6개의 난자가 나왔고, 3개의 수정란을 얻는 데 성공했다. 사실 너무 많은 난자가 나오면 여자 몸에는 좋지 않다. 복수가 찰 수 있고, 자연히 아까운 난자가 너무 한꺼번에 많이 채취되기도 하니 좋을 것은 없다. 드디어 시술 당일.


"자기야, 잘하고 와!"
"응! 잘하고 올게!"


떨리는 마음으로 대기실에 들어갔고, 드디어 내 순서가 다가왔다.


"오늘은 2개의 수정란을 넣을 거예요."
"네?? 2개나요? 쌍둥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이 없지 않죠."
"선생님, 저 정말 죄송한데, 남편이랑 통화 좀 해도 될까요?"


많은 스태프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통화를 했다. 남편은 쌍둥이가 생길 수 있으니 하나만 넣자고 했고, 의사는 두 개 모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남편의 생각은 단호했고, 우리는 가장 동그랗고 예쁘게 생긴, 스마일 모양의 수정란 하나를 나의 자궁에 주입시켰다. 우리는 몽글몽글 예쁘게도 생긴 그 아이를 '몽실이'라 이름 지었고, 임산부가 된 것처럼 조심조심 움직였다.


그리고 10일쯤 후, 몽실이가 잘 착상했는지를 보기 위해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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