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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남PD Sep 10. 2019

#2. '이 남자, 좀 센스 있네...?'

소개팅 후, 약간의 솔직함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긍정 효과

그와의 소개팅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만나자마자 밥부터 먹었던 여느 소개팅과는 달리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꽤 분위기 있는 재즈바엘 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구남친, 나의 남편은 검색왕이었다. 나의 회사 메일 계정 아이디에는 'sweet'이란 단어가 들어가는데, 이걸 보고 처음 만날 카페를 이태원 <My Sweet>으로 정했고, 아는 사람만 안다는 흔하지 않은 이태원 맛집에서 도란도란 식사를 했다. '오늘 소개팅,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라고 생각할 무렵, 이 남자의 또 다른 제안이 이어졌다.


"이 근처에 매일 라이브 하는 재즈바가 있는데, 가보실래요?"


'어머... 재즈바까지 찾아 본거야?'


꽤나 준비성이 철저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가 에스코트하는 곳으로 향했다. 토요일 밤, 재즈바는 무척이나 붐볐다. 겨우 두 명이 앉을자리가 났다며 직원이 안내한 자리는 정말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했다(결혼하고 물어봤더니, 일부러 딱 붙어 앉아야 하는 장소를 찾아본 건 아니라고 했다 ;)). 첫 만남에 이렇게 딱 붙어 앉자니 좀 불편했고, 그래도 이 순간이 나의 매력을 표현하기엔 적기라는 생각에 생글생글 웃으며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서로의 음악 취향도 이야기하며 음악을 들었더랬다. 그러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이 남자, 좀 센스 있다?'라는 생각이 조그맣게 자리를 잡았고, 소개팅남은 첫날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것 같았다.


그렇게 첫날 이미지가 좋았던 이 남자와의 첫 만남은 그날 밤 12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카톡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구어적 표현은 그대로 두는 걸로!)

소개팅남: 편히 가시고 계세요? 오늘 덕분에 행복했어요~^^ 앞으로 자주 뵙고 싶어요~(씨익)

달콤남PD: 네 저두요^^ 재밌었구 또 뵐게요
소개팅남: 네~ 그럼 남은 주말 편히 보내시고 또 연락드릴게요^^
달콤남PD: 네^^ 조심히 가세요



'덕분에 행복했다'는 말은... 참으로 의외였고,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자주 만나고 싶다'는 말에는 살짝 호감이 느껴졌다. 막 잠에 들려는 찰나, 카톡!



소개팅남: 댁에 잘 도착하신 거죠? 전 막 도착했어요~
달콤남PD: 네^^ 씻구 자려구 누웠어용
소개팅남: 네 늦었는데 잘 들어가 신건 가 해서요~ 그럼 편히 주무세요(잘자)



극존칭이 어색했지만 늦은 밤, 안전한 귀가를 재차 확인하는 남자의 말에 또 한 번 호감도는 상승했고, 그래서인지 그의 카톡이 즉각 답변했다. 이상하게 이 남자에게만은 재거나 따지거나 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는데, 그러한 나의 행동은 그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행동에서 기인했던 것 같다.



달콤남PD: 모닝! 완전 스르륵 잠들었어요^^



소개팅 후, 여자의 방어본능을 스르르 녹여버린 이 남자의 에티튜드는 나도 모르게 먼저 톡을 하도록 만들었다. 어젯밤 답을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내가 먼저 톡을 남겼다.



소개팅남: 굿모닝^^ 푹 잤어요? 어제 늦어서 피곤하셨죠~~ 전 오늘 기분이 왜 이리 좋은지~~

달콤남PD: ㅎㅎㅎ



'ㅎㅎㅎ 귀여워! 기분이 좋대!'


그의 솔직함은 또 한 번 나의 기분을 치고 빠졌다!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졌고,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또 이어갔다. 겨우 한 번 만난 사이지만 꽤 오래 알고 지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개팅남: 혹시 오늘 시간 되세요? 낮에 영화 한 편 보실래욧??(부끄)



'치... 주말 잘 보내랬으면서...'


마침 일요일에는 특별한 약속이 없었다. 솔직히 집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일요일 오후 벙개는 꽤 매력적이었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일정이라 더 좋았다. 어제 내가 느꼈던 첫인상이 맞는지, 낮에 만나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달콤남PD: ㅎㅎㅎ 연평해전?? 좋아용
소개팅남: 아뇨 한여름밤의 판타지아라고 있는데 느낌이 좋아서요^^

영화관도 신사 롯데시네마라 위치가 좋더라구요
이영화 어때욧? 그런데 시간이 3시 20분이요!



그렇게 우리는 연달아 이틀 얼굴을 보기로 했다. 소개팅이 연인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어느 한쪽의 적극적인 대시다. 부담스러운 대시가 아니라 '나, 너한테 어제 정말 매력을 느꼈어~'라는 솔직함을 담아 상대에게 알리고, '그런데, 그래서 말이지, 오늘 또 한 번 더 만나고 싶은데 괜찮겠어?'라는 다음 만남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과정은 꽤나 중요하다. 사실 이날 봤던 영화는 예쁜 감성이 살아있긴 했으나 조금은 지루했고, 심지어 첫날 가졌던 '센스 있는 남자'에 대한 이미지에 '약간의 손상'을 입힐 정도로 심심한 영화였다. 역시 소개팅 초반에 영화는 좀 리스크가 있다. 왜냐! 소개팅 초반의 만남은 당사자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함께 하면서 상대를 알아가고, 나의 장점을 어필하는 과정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인데,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혼자 생각할 시간이 너무 길다. 아마도 20대의 나였다면, '아... 역시... 착한 남자는 좀 따분해!'라고 철딱서니 없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한번 봐선 모르고, 최소 한 달 이상 만나다 보면 '어으 노노!' 했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는 걸 알기에 일단 패스!


이 날 만남 이후, 급 친해진 우리는 그 주 금요일, 토요일을 잇따라 만났다. 나도 나름 여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아주 여우였다. 곰? 아니 순수한 마멋의 얼굴을 한 여우랄까?? 마멋의 얼굴에 100개의 꼬리를 단 여우! 수많은 소개팅과 연애, 그리고 결혼 이후 느끼는 점은 남자든 여자든 '진정성 있는 여우짓'은 좀 필요하다. 밀당이나 계산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매력 어필 포인트'가 남녀 사이에선 적당히 필요하다는 생각!


세상에는 정말 많은 '연애 전문가'와 '연애 컨설턴트'들이 존재한다. 나는 연애 전문가도 아니고, 컨설턴트도 아니지만, 수백 번의 소개팅과 '사랑학개론' 취재를 통해 터득한 몇 가지 '성공률 높은 사랑법'은 있는 듯하다.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오늘 소개팅 망!'이 되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시작은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요즘 세상에 남자가 대시하고 여자가 못 이기는 척 오케이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의 성향 상(남자와 여자는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기본적인 성향이 다르다), 접근법은 조금씩 달라야 하고, 그것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 연애는 물론 행복한 결혼생활도 가능한 것 같다.



두 사람이 가까워 지기 위해서는 작은 추억들을 함께 쌓을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것이 음악이든, 500원 짜리 동전을 넣고 하는 오락이든, 그저 길을 걷는 것이든 말이다.



이번 주말, 소개팅이 잡혀 있는 당신이 남자라면, 약간은 진솔하고 조금은 적극적으로 당신의 마음을 담아 보길 권한다. '나 이 여자 너무 좋은데... 너무 들이대면 안 되겠지?' 보다는 '저 그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말인데, 태풍 지나고 날씨도 좋은데 우리 드라이브 갈까요?' 하고 먼저 제안을 해 보시길! 당신이 여자라면,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 떨어지는 남자가 아닐지라도 마음을 열고, 상대의 톡에 긍정적으로 답하고, 소개팅 당일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살펴볼 것을 권한다. '아, 걍 이 남자 별론데... 뭐 다시 만나자고 하면, 생각해 보고 한 오후쯤 답 하든가...' 보다는 '아, 그래요? 드라이브 좋죠! 그런데 제가 멀린 못 가고, 가까운데 드라이브하고 차 한잔 마시는 게 좋겠어요!' 하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한번 더 그를 만나 보길 권한다. 그의 숨겨진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보물 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이니까!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고, 오는 감성이 진솔해야 가는 감성도 진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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