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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Aug 25. 2017

네가 찍어준 내가 참 예뻤다.

ep13.


그리지_쓰니랑




함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을 내뿜는 태양이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살갗을 익혔고 이에 실망시키지 않고 뽀얀 내 목덜미는 내 팔들은 내 얼굴은 불그스름하게 결국에는 새빨갛게 타올랐다. 2017년 7월의 우도는 참 뜨거웠다.


땀이 많은 너는 비 내리듯이 땀을 흘렸고 땀이 없는 체질인 나도 온몸에 바른 선크림이 끈적끈적해 가만히 있어도 불쾌함이 온몸을 감쌌다. 제주도에서 우도로 들어가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빌린 전동차를 타고 달려도 바람이 더위를 날려주진 못했다. 더운 바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분 나쁘라고 뺨에 억지로 갖다 붙이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난 너와 함께 우도에 있다는 것이 좋았다.


우도를 안아주고 있는 주변의 바다는 얼음장 같았다. 투명했고, 깨끗했으며, 영롱했다. 발만 담가도 머리카락 끝까지 냉기가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바다에 허벅지까지 담그고 오면 그 시원함이 사라지기 전까지 온몸에 행복한 기운이 맴돌았다. 감당하기 힘든 태양 아래 너무 오래돼 털털거리는 전동차를 타고 우도를 누빈 대가로 충분했다.


이 날 네가 찍은 사진에는 유독 너무나도 사실적인 나의 모습들이 담겼다. 예쁘게 나올만한 포즈의, 상황의 내가 아니었다. 원래 내가 못생기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내 본연의 모습. 평상시에도 난 사진에 예쁘게 나오는 외모가 아니다.


그런데 예뻤다. 절대로 예뻐 보일 리 없는 상황 속에서, 어플이나 필터를 사용하지도 않은 그 사진들이, 제대로 찍은 것 같지도 않은 사진 속에 내가 왜 예뻐 보였을까.


우도 때문이었을까? 조명 따위 필요 없는 화려한 햇빛 덕분에 억지 미소를 지었던 내 모습은 엄청나게 행복해 보이는 투명한 피부를 가진 여자로 둔갑했다. 너무나도 눈부신 햇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던 우리는 매혹적인 시선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연인으로 탈바꿈했다. 그래. 그래서 그 추억의 기록들이 예뻤다고 생각했다.


뜨겁고 강렬한 햇빛 아래 우도의 바다는 더 찬란했다. 푸르뎅뎅~ 넓은 바다에 다양한 색의 크고 작은 보석들이 뿌려져 있었다. 너무나도 예쁜 우도의 자태에 더워 죽겠는 내가 억울할 정도였다.


사진도 너무 예뻤다. 예쁘다는 형용사를 넘어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진짜 예쁨이었다. 별다른 기술 없이 그냥 내가 갖고 있던 아이폰6s로 찍은 우도는 감동이었다.


우도 때문인 줄 알았다. 네가 찍은 내 모습이 예뻐 보이는 건, 뭔가 매력적인 여자로 보이는 건. 배경이 그림 같아서, 그냥 날이 좋아서, 그래서 예쁘게 나온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매일 아무 때나 나를 찍었던 네 핸드폰 카메라에 담긴 내가 제일 예쁘더라. 그동안 몰랐었는데 알고 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 예쁘다고 생각하는 각도로 맞춰서 찍은 셀카보다 네가 찍어준 내가 더 예뻤다. 그 어떤 사진보다 네가 찍어준 사진 속에 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네가 찍어준 내가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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