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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Sep 03. 2017

섹시인가 색시인가

ep14.



그리지_쓰니랑




섹시vs색시


8월. 펄럭이는 긴 치마를 입고 한낮에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들어간 카페에서 앉자마자 의자를 감싸며 펼쳐지는 치마를 걷어 올렸다. 발목까지 내려가 있던 치마 끝단이 무릎 위로 올라와 살짝 허벅지가 드러났다.

“색시해”

섹시해? 색시해? 내 귀에 들리는 그의 발음은 정확히 색시다. 그는 자주 ‘색시하다’는 형용사를 쓴다.

한 번은 카카오톡으로 서로 연락하고 있었다. 지금 뭐하고 있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그 당시 뒹굴뒹굴하며 누워있던 내 몰골을 찍어 보냈다. 그때도 그는 내 맨얼굴이 색시하다며, 색시해 색시해를 연발했었지.

이렇게 카카오톡으로 ‘색시하다’고 할 때는 ‘오타인가?’ 의심했고, 말로 ‘색시하다’고 할 때는 ‘잘못 들은 건가...’ 고민했다.

그런데 오늘 또 그랬다. 이번에는 정확히 ‘색시’였다. 살짝 허벅지가 보였다고 좋아하면서 섹시하다고 표현해주는 거에 스물스물 드는 민망한 기분은 저 멀리 가슴 속 밑에 접어져있었다.


“맨날 색시하다고 하네. 섹시라는 낱말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는 확인을 해야할 거 같았다. 색시와 섹시를 헷갈려 하는 건가 확실히 물어봤다. 나의 이런 물음의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아 일부러 그러는 거야.”

“일부러?”

그의 대답에 내가 되물었다.

“응 넌 색시해.”

정확한 발음으로 색시하라고 하는 그의 말에 그동안 그가 했던 ‘색시하다’는 말들과 그 말들을 했었던 당시의 상황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꼭 그 순간 같았다. 내 몸의 온도보다 더 높게, 기분 좋은 뜨거운 온도로 맞춰진 물이 가득한 탕에 온몸을 푹 담가 포근한 기운을 느끼며 미처 물에 적셔지지 않은 머리카락까지 짜릿짜릿한 거 같은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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