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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Oct 05. 2017

이마가 맛있나, 나도 한번 물어볼까

ep16.

그리지_쓰니랑



여름의 끝자락. 이제 이 더운 여름이 다 지나갔나 싶을 기분이 들 만큼의 가을 초입 길에서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위잉~
‘짝’
모기다.

매년 비슷한 시기. 지겨워 죽겠다. 이놈의 모기들. 나만 물리는 건 아닐 거야. 다들 물리고 고생하겠지 라고 하기엔 나만 무는 것 같은. 이놈의 모기들.

그래 조용히 지나갈 리가 있나. 그럴 리가 없지. 내 몸은 역시나 모기에게 피를 내주고 나는 간지러워서 잠도 못자겠지. 열 받아 죽겠네. 맨날 맨날 이렇게 하루하루 견디는 시기가 있다.

아마 모기밥들은 알 것이다. 이 시기가 얼마나 징글징글한지. 그렇게 이 시기가 왔고. 나는 또 역시나 계속 물리고 있었다.


“온 몸에 물린 거 같아”

“그러게 어제 여기 이마가 빨갛더니 오늘은 이쪽 이마에 또 물렸네.”

반바지를 입은 다리를 긁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간지러움을 느끼며 나는 등 쪽을 벅벅 미친 듯이 긁었다. 얼굴에도 물렸다는 그의 말에 나는 이마 쪽에서 퍼지는 간지러움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뭘까 이건 정신력의 문제인가...

“흑 간지러워 죽겠어. 이마 붓겠네.”

이마를 긁다보니 알싸하게 퍼지는 고통에 ‘흑’이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다. ‘당연히 이마 붓겠지’ 라는 생각에 ‘얼굴에 모기를 물리면 고통이 2배구나’ 생각하는 찰나였다.


“왜 이렇게 모기가 물린 거야, 이마가 맛있나. 나도 한번 물어볼까”


왜 이렇게 모기가 물렸냐며 걱정해주는 그의 말을 듣다 이렇게 갑자기 툭. 로맨틱 물씬 풍기는 말에 또 내 가슴이 흔들거린다. 이마에서 느껴진 고통이 참을만한 기분 좋은 아픔으로 다가왔다.

“아 미쳤나봐, 하지마 하지마 흐흐흐흐흐”

진짜로 내 이마를 물어보려는 포즈를 취하는 그를 살짝 밀어내는 시늉을 하면서 요리조리 몸을 비틀었다.

그는 진짜로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입술을 쭉 내밀며 과장된 몸짓으로 이마를 향해 돌진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하지 말라며 소리쳤지만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말과는 다르게 입술 사이에서는 꼭 ‘해해’ 라는 듯한 느낌의 말투와 좋아 죽는 웃음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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