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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Oct 31. 2017

"뭐 먹고 싶어?"

ep18.

그리지_쓰니랑



어? 분명히 그렇게 포근했는데? '가죽재킷이 답답하다 살짝 쌀쌀하더라도 벗고 있어야지’ 이런 생각도 했는데? 지금 내 입술을 오므리게 하고 실눈을 뜨게 하며 속눈썹이 바람에 저항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이 상황, 이상하다.     


어제와 달라도 너무 달라진 날씨에 나는 깜짝 놀랐다. 집 밖을 나설 때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며 평상시보다 챙겨 입는다고 챙겨 입었는데도 갑작스럽게 변한 날씨에 당혹스러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옷깃을 여미고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예상치 못한 추위에 당황스러움과 어이없어 보이는 웃음이 묻어났다. 겨울이 왔나 보다.     


‘으으 추워 빨리 카페에 들어가자’ 우리는 바로 앞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한 번도 안 가본 카페였지만 고민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오목교역 근처에는 정말 수많은 카페가 있다. 사실 딱 근처에는 손에 꼽지만, 그래도 고를 만큼의 카페가 있다.


자주 가는 카페 말고 저기 말고 여기 말고 일단 너무 춥고, 그 순간 안 가봤던 카페, 일명 ‘애기들이 많이 가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냐면 정말 특이하게도 그 카페 앞에서는 정말 많은 20대들이 담배를 피운다. 꼭 20대라고 통칭할 수는 없지만 보통 20대가 대부분이다. 카페 안에는 대부분 10~20대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왠지 담배냄새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의심을 품으며 카페 문을 열었다.     


‘화악’     


카페 안을 채우고 있던 따뜻한 기운이 추운 밖에서 들어오는 내 몸을 감싸며 차가운 바람을 맞느라 고생했다는 듯이 순식간에 몸을 데워줬다.


나는 한순간이라도 의심했던 내 성격에 스스로 의심을 품었다. 방금까지 '뜨거운 거 뜨거운 거'를 외치던 내 목구멍은 참으로 민망하게도 ‘차가운 거 차가운 거’를 외치고 있었다.     



메뉴판을 올려다봤다. 정말 많은 메뉴가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 좋음을 느끼며 눈동자를 굴려 하나하나 확인했다.


눈동자를 왼쪽으로 굴리면 오른쪽 흰자 쪽에 따뜻한 기운이 스물스물 들어왔다.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자 따뜻함이 눈 안을 포근하게 안아줬다.


아메리카노도 궁금한데 달달한 것도 땡기네. 아 자몽티 먹어야지. 오? 밀크셰이크도 파네?


카페에서 밀크셰이크를 발견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평생 밀크셰이크 애호가였던 나는 순간 고민했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메뉴판만 열심히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그가 물었다.


“뭐 먹고 싶어?”     


“고민이야, 자몽티도 먹고 싶고 밀크셰이크도 먹고 싶어. 뭐 먹지?”     


“따뜻한 거 먹어.”     


“그래 난 자몽티.”     


생각보다 결정은 빨랐다. 어차피 둘 다 먹고 싶었던 거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었다. 그의 추천에 나는 바로 자몽티를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추운 밖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서인가 몸이 노곤 노곤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멍하니 막 나온 음료 2잔을 받고 있는 그를 보고 있었다. 응? 내가 뭘 시켰지? 몸을 돌리고 나에게 오는 그의 두 손에는 ‘자몽티’와 ‘밀크셰이크’가 들려있었다. 순간 나는 내가 뭘 주문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네가 시킨 건 뭐야? 내 껀 뭐지?”     


“두 개 다 먹어, 나눠먹으면 되지”     


'아!' 두 개 다 먹으라고, 나눠먹자는 그의 말에 머릿속에서 꺼져있던 전구가 '딱' 켜졌다.


‘흐흐흐’ 웃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얼굴은 이미 환하게 웃고 있었다. "뭐야 너는 뭘 시킨 거야"라고 물으면서도 나는 계속 웃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그가 말했다.     


“난 메뉴판 보지도 않았어.”     


그렇게 말하면서 짓는 그의 미소는 왜 그렇게 시크함의 극치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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