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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Aug 26. 2021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인사

수진 3)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주지 못했다는 것

얼마전 폐부종으로 입원했던 동물 친구가 응급으로 쓰러졌던 일이 있었다.

보호자님이 입원장 앞에서 원장님과 상담하며 면회를 하던 도중 아이는 쓰러졌고

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스스로 호흡을 할수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참을 지켜보시던 원장님께서는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시라고 어렵게 입을 떼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보호자님은 하염없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울기만 하셨다.

나 역시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떠나보냈던 한사람으로서 

그때의 내 모습과 너무도 겹쳐보여 모든 상황이 괴로움으로 가득찼지만 

옆을 지키면서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하고싶은말 하세요. 

아가 편히 갈수있도록 그동안 고생했다고 

이제 그만 아프지 말라고 말해주세요“


항상 병원에 오시던 보호자님들은 세명의 여자분이셨는데 그날 저녁엔 한분만 면회를 오셨고

원장님께서는 다른 보호자님들도 인사 할수있게 

아이가 보호자님들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게 영상통화를 권유하셨다.


아마도 이제는 보지못할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보호자님의 두눈에 담을수있게 해주고 싶으셨으리라.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감사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화면속의 보호자님은 마지막 인사는 하지 못한채 아이를 쳐다보며 이름만 간간히 부르다가

슬픔을 삭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아주 느리게 하신말은

"내가 갈때까지 기다려줘" 였다.


아이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건지 

거짓말처럼 심장도 뛰고 힘겹게 스스로 호흡도 하다가 

보호자님들의 얼굴을 보고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어떤 이별이든 이별은 항상 아프다.

그중 동물과의 이별이 내겐 꽤나 아프다.

그리고 이별보다 더 아프고 힘들고 후회가 되는건 

마지막 인사를 하지못했다는 것.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주지 못했다는 것.


내게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과 

그렇지 못한 반려동물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가슴이 아려오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아이는 당연 후자였다.


항상 본집에서 자취방으로 가있을때면 나를 기다리던 아이.

오랜만에 본집에 가게되면 같이 살고있는 부모님보다도 더 나를 따랐던 아이.

마지막 순간에도 얼마나 나를 기다렸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내가 보고싶었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싶다.

가족같은 반려동물의 죽음이 

당장 숨도 쉴수없을만큼 고통스럽고 슬프시겠지만

그 찰나의 순간은 다신 돌아오지않는다고.

당신의 슬픔에 허덕여 눈물만 흘리시고 있을시간에 

먼길 떠나는 아이에게 

"그동안 너를 만나서 참 행복했다고, 많은걸 배우고 느낄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여태껏 고생 많았으니 이제는 아프지말고 미련없이 편히 가도 된다는"

마지막 인사는 꼭 해주시라고.




<이미 지나간 어떤 날>

- 반려동물 에세이, 매주 목요일 만나요

* 캘리그라피작가 언니 예진 @iyj1120 

* 수의테크니션 동생 수진 @__am.09_




치즈의 사진과 에세이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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