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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Aug 05. 2021

무지개다리 건너편으로 보내는 편지

수진 2) 무서워하지마.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이제 내가 너의 가족이야.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

기억나니? 내가 너에게 처음 했던 말.     



축 처진 고개에 내 시선을 피하기만 했던 너.

한껏 움츠러들어 두려움에 벌벌 떨기만 했던 너.

그래 너는 상처 많고 모든 게 무섭기만 한 유기견이었어.     



3년을 함께했던 반려견을 뺑소니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떠나보낸 나는

예고 없던, 준비 또한 없었던 이별에 우울증이라는 마음에 병을 앓고 있었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빠, 엄마의 걱정된 마음이 너와 나를 만나게 해줬던 거야.

먼저 보낸 그아이와 똑닮은 하얀색 털과, 너의 그 까만눈이 

내 두눈을 똑바로 쳐다보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하루 하루가 참 행복했단다.     



곁을 내주지 않던 너에게 하루에 몇 번이고

"괜찮아. 너는 우리 가족이야. 

나는 언제까지고 너와 함께 할 거야" 반복해서 말해주었고

그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나를 가장 잘 따르고, 이름만 불러도, 눈만 마주쳐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하는 너의 그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러웠지.


  

내가 큰 짐가방을 들쳐매고 집을 나서 

타지역으로 직장 생활을 옮겨갔던 그날을 기억해?

가끔 시간을 내어 네가 있는 집으로 갈 때면

자취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너는 내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았어.


그러다 내가 어떤 가방을 들기라도 하면 안절부절 불안해하던 너.

가방을 들고나갈 때면 처음 헤어졌던 그날처럼 

또 오랫동안 못 보게 될까 봐 너무 싫었던 거겠지.

그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나는 우리가 함께 할 날이 더 많을 줄 알았어

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몰랐던 거야.     



밥도 안 먹고 기운도 없어 데려간 동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던 도중

급하게 아빠 엄마 앞으로 와 털썩 주저앉았을 때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렇게 그 자세 그대로 열심히 꼬리를 흔들다가 피를 토하고 숨이 멎어버렸다는 내 강아지.

뭐가 그리 급해서 손쓸 틈도 없이 훌쩍 무지개 다리를 건넜니,,

내가 또다시 힘들어할까 봐 부모님께 나중에야 전해 들은 마지막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기만 해.     



끝까지 우리 가족밖에 몰랐던 아이. 한없이 한없이 착하기만 했던 아이.

한동안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아니 사실 지금도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보호자님들을 보고 있으면 

네가 가장 먼저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지곤 해.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니? 

그리고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니?     



가족이라면서 오래오래 함께 하자고 먼저 말해놓고 많은 시간 기다리기만 했던 너의 날들이 

그래도 내 곁에 있는 동안 조금은 행복했을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것,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한 것,

 더 자주 안아주지 못한 것, 어느 하나 후회되지 않는 게 없어.

지난 시간은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걸 알면서도 자꾸만 후회가 된단다.     



이제는 10년은 더 지난 이야기. 죽을 때까지 내 가슴속 한편에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아이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말처럼

이기적이고 내 생각만 했던 못된 나지만 그래도 훗날 마중 나와있어주겠니?

그땐 너를 꼭 안고서 인사도 못하고 보내서 미안하다고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고 많이 많이 사랑 한다고 말해줄게.





<이미 지나간 어떤 날>

- 반려동물 에세이, 매주 목요일 만나요

* 언니 예진 @iyj1120

* 동생 수진 @__am.09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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