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진 Sep 16.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

수진 4)


동물 병원에 입사했을때 출근하면 약을 달고 살던 3년차 간호사쌤이 있었다.

늘 파스 냄새를 풍기던 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도대체 몸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안 아픈곳이 없지?'


수의테크니션 5년차

나는 수면제,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두통약,파스를 달고 산다.

종일 약을 짓고 차트를 쓸때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목이 뻐근하다.

입원한 강아지 처치와 케어를 위해 동물들을 안고 

수십번도 넘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할때면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온다.



힘이 쎄거나 입질하는(무는행동) 강아지를 보정하다 보면(수의사 선생님이 보다 수월하게 진료를 볼수있게 아가들을 잡아주는것) 왼쪽 팔을 올리기 힘든 순간이 온다. 보호자님들 중에는 반말을 하시는분들도 다짜고짜 화를 내시는분들도 '니가 뭘 알겠어'라는 태도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도 친절히 응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을때도 있엇고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증과  야간중 상태가 안좋은 애기가 더 안좋아 지거나 무지개 다리를 건널 경우  '내가 조금 더 잘봐줬더라면' '더 빠른 대처를 했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죄책감 역시 날이갈수록 심해져간다.



지금 신입쌤들은 나를 보며 입사 후 열정적이었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힘듦에도 내가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는 딱하나.

순진무구한 너희들 눈이 너무도 예뻐서. 힘들어도 금방 마음의 위로가 되는 너희들에게  나는 조금 더 좋은 간호사가 되고싶어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다.


누가 툭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만 같은 요즘 정신적인 괴로움과 몸의 통증이 심해질수록 더는 참기가 힘들어질까봐 나는 부쩍 겁이난다.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정말 그만두게 될까봐.

너무 힘들어서 퇴사하면 다시는 동물병원에서 일하지 않을거라는 말을 해도 동물들 없는 직장을 내가 다닐수 있을까? 그럼 나는 정말 행복할까? 

끝도없이 반복에 다시 반복되는 생각들.

보들 보들한 솜뭉치를 만질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작했던 가벼운 마음이  한 마리라도 더 건강해질수 있기를 바라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변한 지금,



오늘도 지친 나에게 마음속으로 버릇처럼 하는말 

'조금만 더 힘을내줘'



<이미 지나간 어떤 날>

- 반려동물 에세이, 매주 목요일 만나요

* 캘리그라피작가 언니 예진 @iyj1120 

* 수의테크니션 동생 수진 @__am.09_ 


지나가다가 만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
고양이그림 보러 오라옹! 인스타그램 @cheeze_catcat
이전 08화 무지개다리 건너편으로 보내는 편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