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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Oct 07. 2021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수진 5) 끙끙거리는 하루의 끝!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오랜 나의 정신적 지주는 내가 너무 좋아하고 닮고 싶은 우리 언니다.


나의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제일 친한 친구이자, 

나를 가장 많이 위해주고 걱정해 주는 엄마 이자, 

기쁠 때나 슬플 때 첫 번째로 생각나는 언니.



우리도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땐 어느 집이든 그렇듯 참 많이도 싸우고 미워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무작정 타지역으로 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가족과 동떨어져 처음 시작한 사회생활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고  털어놓을 곳 없이 혼자 끙끙거리며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마음에 조그마한 부정이 들어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라.



20대 초반 내 인생 첫 슬럼프가 왔을 때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 우리 언니였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고 자기 일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 뭐든 열심히 해서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같이 뭐든 열심히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사람.


나이를 먹을수록 내게 언니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 내 인생 두 번째 슬럼프가 왔을 때  큰버팀목이 되어준 건 3.2kg의 작은 반려견 라쿤이었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대충 질끈 묶은 머리에 강아지 이동 앞 가방을 메고  정처 없이 몇 시간을 걷다가 저 멀리 보이는 벤치에 앉아있자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예쁜 낙엽과 가로등이 있는 곳에서 라쿤이가 좋아하는 간식과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있자면 어느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콤콤한 발냄새도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는 모습도 인형을 물고 와서  놀아달라고 장난치는 것도 너무너무 귀여워서 "누나 사랑해 안 사랑해"라고 물으며 뽀뽀하려하면  고개를 획 돌려버리는 것까지도 모두 전부 다 사랑스러워.


라쿤이는 우리 집 반려동물 중 첫째고 올해 9살로 가장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했다. 너구리와 똑 닮았던 개린이 시절엔 입에 닿는 건 모조리 물어뜯고  식탐은 또 어찌나 많은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던 개너자이져였던 내 강아지가  동생에게 많은 것을 양보할 만큼 의젓해졌고 부쩍이나 자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 걱정이 될 때가 많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도 너와 같이 보냈다는 것,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내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작고 소중한 내 강아지.



<이미 지나간 어떤 날>

- 반려동물 에세이, 매주 목요일 만나요

* 캘리그라피작가 언니 예진 @iyj1120 

* 수의테크니션 동생 수진 @__am.09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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