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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Jul 22. 2021

내 삶에 동물을 빼면

수진 1)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을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



어렸을 때부터 유독 동물을 좋아해서 강아지 카페, 고양이 카페, 애견숍을 전전하며 동물 곁을 맴돌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수의 테크니션(동물 병원 간호사)이 됐다.



길에서 마주치는 강아지 고양이들을 보고 한 마리 한 마리 인사를 하거나 쓰다듬어야 지나갈 수 있는 나인데 그 좋아하는 동물들을 직장에서도 볼 수 있다니 잠을 뒤척이며 첫 출근을 했던 기억이 난다.그랬던 내가 어느덧 5년 차, 30대 중반이 되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응급상황이 올 때면 쿵쾅 거리는 심장은 진정되질 않고 손부터 떨렸다.안락사를 할 때면 아무리 이를 꽉 깨물어도 새어 나오는 슬픔을 막을 방법을 알 수 없어 조용히 구석진 곳으로 가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지나갔던 시간들.

(내가 일하는 병원은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거나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경우 보호자 동의하에 안락사를 한다) 

병원에는 입사했을 때부터 함께 지낸 ‘토토’라는 강아지가 있었다. 심장병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었고 언제 무지개 다리를 건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장이 커져있던 아이였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심장병 아이들은 언제 심장이 기능을 다 할지 모르는 일이다.



야간 근무에는 넓은 병원의 1층, 2층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혼자 돌봐야 했고 위급한 아이가 있으면 당연히 한달음에 달려가야 했다. 언제 무지개 다리를 건널지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하고 불안한 밤은 항상 마음의 짐.지금은 함께 긴 밤을 함께 보내며 의지 할 선생님이 있지만 꽤 오랜 시간 혼자 불안에 떨어야 했다.



동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도 동물이었다.



내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아픈 동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책임감도 중요성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그날도 야간에 입원이 많아 밤새 녹초가 돼서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호텔실 문을 열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한 번만 만져달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토토에게 눈 인사만 하고 지하철을 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내가 토토를 본 마지막 날.

내일도 울타리에서 나를 바라볼 것만 같았던 작은 생명은 그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한동안 그날이 후회스러워 많이도 울었다.

머리 한 번이라도 쓰다듬어줄걸,, 인사라도 하고 올걸,,



그 일을 계기로 아픈 아이들에게 예전보다 더 눈이 갔다.

기력이 없고 쳐져 있는 아이들의 상태가 어제보다 오늘은 나아졌는지 확인하고 한 번 더 온기를 나눴고 괜찮다고, 힘내라고, 예쁘다고 잘 하고 있다고 귓가에 대고 매일 속삭였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기적을 몇 번이고 내 두 눈으로 봤기에

아픈 아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는 알기에.


내 삶에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스쳐 지나갔을까?


오늘도 나는 말한다. 나에게, 그리고 내 곁을 지나간 동물 들에게.

“괜찮다고, 힘내라고, 예쁘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미 지나간 어떤 날> 

- 반려동물 에세이, 매주 목요일 만나요

* 언니 예진 @iyj1120

* 동생 수진 @__am.09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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