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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Jun 19. 2024

거장과 신과 영웅의 생일 파티

글 쓰는 6월생 모임


어제 두 명의 6월생들을 만났다. 마지막 생파다.


작년 생일에는 혼자 스벅가서 조각 케이크에 커피 마시면서 <어글쉬>를 썼는데, 1년 만에 친구가 많아졌다.


나이 들어서 친구 만들기 어렵다고 하던데, 아니다.

몇 살이 되든 찾아올 인연은 다 찾아온다.


내 경우엔 찾아오는 루트가 대부분 인스타다.

우리 세 사람도 원래는 인스타 친구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이가 됐다.


셋 다 글 쓰는 사람들이고,

나이는 나를 중심으로 각각 한 살 차이며,

모두 ‘산’으로 끝나는 두 글자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성격엔 조금의 공통점도 없어서 맡는 역할이 다 다르다.


먼저 나는  거지와 잘 안 풀리는 인생을 맡는다. 

그래서 점심 먹고, 간식 먹고, 저녁을 먹는 코스 중 나에겐 으레 가장 저렴한 간식 코스를 맡긴다.


그러면 나름의 최선으로 대접하고,

친구들은 ‘애썼다’하는 표정을 짓고,

그럼 나는 뿌듯해진다.


나머지 두 친구 중 한 명은 글쓰기 계의 거장을 담당하고

(이 별명을 매우 싫어하지만 체념한 듯하다)

다른 한 사람은 투자의 신을 담당한다.

(아마 이 별명을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중 가장 로맨틱한 사람은 투자의 신이다.

아침 일찍부터 강남역에 와서 각자에게 어울리는 장미를 사고, 사는 동안 행운이 가득해지라며 네 잎 클로버도 준비해온다.�


글쓰기 거장은 시크하게 로맨틱한 편이다. 

“두 분 담배 피시죠?” 

하면서 백에서 담배 두 갑을 꺼내 하나씩 나눠준다.

진짜 담배는 아니고 담뱃값 모양으로 나온 시집이다. 

열면 시가 적힌 수십장의 카드가 담겨있다. 


그럼 나는, 아이고 세상에!를 연발하는 것으로 끝이다.

늦지않게 도착한 것만해도 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 이 모임에서 나의 타이틀은 영웅이다.

영웅은 원래 죄책감이 없고 돈도 없으므로 적절하다. 


대신 나는 황당한 이야기와 이상한 질문을 많이 알고 있다.

돈이 백억 이상 있는데 얼굴이 최순실인 경우와

매달 2백만 원만 벌 수 있지만 얼굴이 한소희인 경우,

두 인생 중 당신의 선택은?

라든지,


(참고로 세 사람 다 가난한 한소희를 택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미모 자본은 백억 이상인듯 하다. 

남자의 경우에 부자 방시혁보다는 가난한 차은우를 택하겠다. 얼굴이란 그런 것이다.)


아니면 파타야에서 열손가락이 잘린 사람의 이야기라든지, 


아니면 모든 사람이 생리를 정수리로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얼굴이 피범벅이 되면 좋겠다,하는 이야기라든지,


아니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통째로 먹어버리고 싶기 때문에 <구의 증명>이란 소설은 얼마나 훌륭한가! 같은 이야기라든지. 


만날 때마다 그런 이상한 말들을 늘어놓는데도 아직 나를 쫓아내지 않는 걸 보면, 나의 친구들도 이상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이들은 조금씩 이상하다. 

그러므로 좋은 인연이다.

덕분에 기이하고 아름다운 6월을 보내는 중이다. 


Ps. 화병도 나만 없다.

영웅은 화병 따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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