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한강 좋아한다니깐 물어보길래 답해보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커피 사이즈를 묻는데 갑자기 '톨'이 생각이 안 나서 '스몰'로 달라 그랬고, 결과적으로 숏이 나왔다.
그러나 훌륭한 오해였다. 숏 사이즈 컵은 무척 귀엽고 어차피 나는 톨 사이즈 커피를 다 못 마신다. 앞으로 애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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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전에서 아파트 전기 점검하는 날이라 비 오는 날 아침부터 카페로 피난을 오는 게 영 짜증스러웠는데, 초코케이크는 맛있고, 커피 컵은 귀엽고, 결과적으로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만 원의 행복인 건가?
만 원은 벌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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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좋아한다니깐 종종 한강 소설을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냐는 질문을 받는다.
누추한 의견을 보태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희랍어시간>으로 입문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은 호불호 없이 다들 좋아하는 걸 보니, 제일 순하게 느껴지는 책인 듯하다.
그다음으론 <바람이 분다, 가라>로 농도를 더할 수 있다. 그러나 농도가 없는 게 아니므로 약간의 심호흡이 필요하다.
<채식주의자>부터는 하드코어다. 그리고 내 생각엔 <검은 사슴>이 최종보스인 것 같다. 딥딥 쏘딥.
<소년이 온다>는 충분히 깊지만 가독성이 높고 문체가 아름다워 읽기가 어렵지 않다.
다만 오열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하철 타고 가면서 읽는 것 금지. 혼자 마음껏 울 수 있는 시간에 읽으시길!
유명하지 않은 것 중엔 <아기 부처>라는 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생각할 수 있는 겁니까, 한강이시여.
그때부터 그를 나의 문학적 수령님으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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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것은 그의 첫 소설 <여수의 사랑>을 이다. 문장마다 이게 스물일곱 살이 쓴 거라고? 라며 호들갑을 떨다 보니 읽는 속도가 아주 느리다.
( 방금 확인해보니 스물일곱이 아니라 스물넷이다. 난 스물넷에 뭘 했나, 봤더니 결혼을 했었다. 글을 못 쓰게 된 그럴듯한 이유를 찾게되어 기쁘다. 원래 글 같은 건 이혼하고 쓰는 거다.)
확실히 등단 초기는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문장이 훨씬 화려하고 탐미적인 표현이 많다.
그저 표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어떤 허기가 허겁지겁 채워진다. 엄청난 사치를 누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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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첫 문장> 레터로 한강 이야기를 올렸더니 다들 한강 소설에 관해 한마디씩 하는 중이다.
기쁘다.
세상 모든 사람을 한강에 빠트리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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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62650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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