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고객센터의 흔한 질문들

by 수박씨

핫이슈는 기다릴 수 없어!


서점 고객센터에 일하다 보니 요즘 가장 핫한 이슈를 빨리 접할 수 있게 된다. 복귀하자마자 가장 많이 받았던 전화는 펭수 다이어리와 달력이었는데, 독점 판매이다 보니 문의 전화가 몰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난 펭수의 펭짜도 모르는 문맹이었건만, 고객들의 빗발치는 문의로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하고 곧 공영방송에 출연하여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걸 볼 수 있기도 했다.


한창 많이 받았던 문의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재난지원금/문화누리카드

코로나의 이슈로 많은 질문을 받은 건 단연 재난지원금이다. 정부에서 지원돼서 사용 가능한 지원금은 문화누리카드 한 종류다. 지역화폐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재난지원금은 대부분 불가하나, 서울시는 도서 구매가 가능하다.

2. 교과서

교재 시즌이 되면 교과서 문의로 바쁜데, 초등 국정교과서와 중고등 검인정 교과서가 판매처도 다르고, 재고 확인 후에 매장을 방문해야 하다 보니 문의가 많다. 매 학기의 시작마다 교과서 재고 문의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2월 말~3월 중순, 8월 말~9월 중순이 가장 바쁜 성수기다.

3. 방탄소년단 에세이

아이돌 그룹이 앨범을 내든 책을 내든 고객센터는 긴장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방탄이다! 보그 재팬에 단독 인터뷰도 실린 모양이라 불이 나게 전화가 왔으나 이미 한정수량 소진되었음을 알려야 했다. 일본에서도 한정수량 제작된 것으로 품절되었고, 재입고 예정도 없다는데 팬들은 재입고 여부를 계속해서 물었다. 노랫말에 일러스트를 붙여 만든 에세이집도 출간되었다. 하루 만에 예판 수량 모두 소진! 대단한 인기를 실감했고, 방탄의 팬 조카를 위해 나도 합류하여 예약 구매를 해보았다. 수량 마감 소식에 뭔가 해낸 기분이었다!

4. 존 볼턴 회고록

백악관 전 국가보안 보좌관 졸 볼턴의 회고록이 화제다. 뉴스에서도 연일 방송되고 있고 그 날것의 비판을 원문으로라도 보고 싶은 분들이 많은 듯하다. 번역본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고, 원래는 해외 주문 도서였으나 높은 인기에 지금은 선주문을 받아 예약판매로 진행 중이다. 특히 할아버님들이 많이 찾는다.

5. 최서원(최순실) 옥중 회오기

처음에는 최서원의 '나는 누구인가'가 입고가 되었는지, 언제부터 판매되는지 문의가 많아 도대체 누구지? 하고 내용을 살펴보았더니, 최순실의 옥중일기였다. 출간 전에는 입고되었는지, 언제 입고가 되는지로 문의가 많았는데 현재는 정상 판매 중이라 문의가 줄었다.

6. 조국의 시간

처음 발간되었을 때, 주문 수량 대비 출판사 입고가 늦어져 문의량이 폭발했었다. 연일 방송에서도 소개되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시아버님이 주문을 부탁하셨던 책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목소리만 듣고도 ‘조국’ 문의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록 문의가 쇄도했다.


내가 인바운드 할 당시의 핫한 문의였고, 지금은 또 다른 핫한 이슈로 떠들썩하겠으나, 인바운드를 떠난 상태로 현재의 이슈는 논외다. 당시의 화제가 되는 책들은 전화로도 꼭 문의가 온다. 온라인으로는 도저히 안될 때, 이슈 도서들은 대부분 온라인으로는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 하니, 전화를 안 하고는 못 배긴다. 예언컨대, 미래에 없어지지 않을 직업으로 나는 상담사를 꼽고 싶다. 로봇으로, 데이터로, 모바일로 안 되는 것들은 계속해서 있을 거고, 누군가는 이들의 상황을 알려줘야만 한다.


-도대체 언제 배송되나요?



1. 발송 자체가 지연되었거나 배송사 지연의 경우


이런 경우는 의외로 간단하다. 당사의 귀책이 확실하므로 보상해주든지, 반품해주든지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책은 당장 받아야 하고 반품도 보상도 싫다는 항의 고객도 더러 있다. 보상은 쥐꼬리고, 책은 필요하기에 무조건 당장 배송! 을 외치지만, 그게 어디 내가 해주고 싶다고 되는가. 재발송을 하려고 해도 재고도 확인해야 하고, 배송물량이 많은 때에는 다시 출고해봐야 배송기간만 더 늦어지는 꼴이다. 가까운 매장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거고, 당사의 귀책이 있을 경우, 출고 가능하다면 퀵배송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책이 꼭, 급히, 필요하다면 가까운 매장을 이용하여 직접 구매하거나, 물량이 많은 특정 기간에는 피해서 주문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빠르다.


2. 배송일 소요되는 책과 함께 주문한 경우


재고가 있는 책들은 보통 하루면 배송이 가능하지만, 재고 없는 책들의 경우 출판사에 주문해서 받아보기까지 2~3일, 출판사 입고가 늦어질 경우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또 장기간 늦어질 경우 자동 품절처리가 되기도 하는데, 자동 품절을 원치 않는다면 당사로 전화해 '품절 제외'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상품에 품절 제외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서로 번거롭게 얼굴 붉히지 않도록.)


여러 도서를 함께 주문하면 늦게 출고되는 도서를 기준으로 준비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배송일이 늦어진다. 도서 한 권에 표기되는 발송일은 그 책 한 권에 대한 정보이므로, 여러 권을 주문하는 경우에는 결제하기 전에 꼭 배송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왜 빨리 출고되는 도서에 맞추지 않고, 늦게 출고되는 도서에 맞추는지에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객도 제각각이라, 따로 보낸다고 화내는 고객들도 많다. 회사 입장에서도 큰 차이가 아니라면 묶어 보내는 것이 배송비 부분에서는 합리적일 것이다. 여하튼 당일배송은 당일배송끼리, 익일 배송 도서는 익일 배송끼리 주문해야 원하는 날짜에 받아볼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놓지는 고객들이 많다. 특히 아이들 교재 거나, 회사나 학교 등에서 준비하는 도서들이면 항의가 커지고야 만다. 날짜를 맞춰야 하는 도서들은 미리 한번 더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3. 다른 주소지로 배송된 경우


본인이 주소를 잘못 기재했거나, 택배사에서 다른 주소지로 잘못 배송했거나, 당사 '최근 배송지' 자동 설정으로 인해 원치 않는 주소로 간 경우다. 전부 반송처리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4. 업체 발송 도서인 경우


보통 세트도서나 유아동 전집류에 해당하는데, 예상 출고일은 업체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고, 배송사도 업체에서 별도로 진행하기 때문에 당사에서도 건건이 확인할 수가 없고, 고객 문의가 있을 때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5. 당일배송이 안된 경우


당일배송 가능이라고 되어있는데 안 간 경우도 있다. 당일배송 불가 지역이 있기 때문에 꼭 주소지를 넣고 당일배송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도권 지역은 11시, 수도권 외 지역은 11시 30분까지 결제 완료가 되어야 하며, 수도권의 경우 10시부터 11시에 2권 이상 주문할 경우는 일반 배송으로 변경된다. 또한 일요일은 배송업체와 물류 모두 휴일이므로 당일배송의 적용이 안된다.


어쨌거나 배송지연에 대한 매뉴얼은 있지만, 어디 매뉴얼대로 되는가! 매뉴얼대로 말하면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한다고 화내기 일쑤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겠지’ 하고 전화까지 한걸테니, 빠른 진행은 어렵다고 해봐야, 서로 마음만 불편하다. 고객 말은 끝까지 듣고, (실상은 불가하지만, 말이라도)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하는 방법이 가장 클레임이 덜 걸리는 방법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항의할 사람은 다 한다.



주문하라고 해놓고 품절이라뇨!


배송 항의가 잦아들 때쯤 찾아오는 항의는 품절이다. 여태까지 기다렸는데 맘대로 품절이냐 당장 책을 구해내라!!


‘저희도 출판사에 주문을 넣고 기다리는 입장이라..
교재는 주문량이 많아서 출판사 수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매장에도 재고가 없네요.. 또르르르르르’


책이 품절이라는데 낸들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다만 고지가 좀 더 미리 되었음 하는 바람이 있지만, 출판사에서 먼저 품절 고지를 하지 않는 한, 품절인지는 주문을 넣어봐야 알 수 있는 건 변명 아닌 변명이다. 그나마 국내 도서는 확인이라도 되는데, 해외도서는 코로나로 인해 확인이 더 어려워졌다. 보통 기업에서 대량이나 고가의 원서들을 구매하는데, 업체의 정산이 지난 다음 월에 품절되는 경우에는 한바탕 난리가 난다.


내가 찾는 그 책이 있나요?


신입 때 가장 많이 받는 문의다. 제일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신입 3개월간은 재고 문의의 콜만 풀어준다. 신입이 끝나고 상담사들끼리 하루의 평안을 기원할 때면,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오늘도 재고 길만 걸으세요~”


그런 재고 문의 건만, 화가 많은 상담사인 나는 고객과 왕왕 기싸움을 했다. 물론 내가 프로답지 못해서 그렇다.


고객이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찾았다. 사실 십이야를 알지 못했고, 나는 검색창에 '시비야'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고객이 한심해하며 귀찮은 듯 '그런 것도 모르냐는' 말투를 하자, 나는 더 이상 재차 묻지 않고 손에 불이 나게 검색을 했다. '셰익스피어, 시공사' '전예원, 셰익스피어' 등 나올만한 검색어를 모두 뒤졌으나 비슷한 제목도 없었다.


이번에는 <바냐 외삼촌>을 찾았다.

나는 '바냐의 삼촌'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에는 없었지만, 연관 상품으로 <체호프 단편선>이 보였다.

다행히 재고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어찌어찌 안내를 마치고 아무래도 첫 번째 문의한 '시비야'가 맘에 걸렸다. 천천히 검색해보니 전예원 출판사의 <십이야>가 있었다. 아뿔싸, 어떡하지? 다시 안내해야 할까? 아! 매장 재고 확인이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객이 방문하려던 매장에는 재고가 없었다. 다시 안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안도의 숨을 쉬었다.


고객센터 근무 초, 학기 성수기일 때 <캠벨의 생명공학>을 못 알아들어서 고객에게 된통 혼났던 일도 있었다. '캠벨'을 못 알아듣자, '아휴, 상담원이 그것도 몰라요?'라는 말에 상처 받고, 주변 지인들에게 '캠벨'을 아냐고 물어댔더랬다. 나만 몰랐던 상식인지 물어보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다. 다들 인문계열이라 그렇겠지만, 다행히 내 지인들은 아는 이가 없었다.


기싸움을 하지 않더라도 난해한 재고 문의도 있다. 바로 해외도서다. 교재 시즌에 외서 문의가 많은데, 요즘 학생들은 발음이 너무 좋다.


'죄송하지만 스펠링으로 부탁드립니다.'


멋들어지게 안내하고 싶지만, 못 알아들을 경우엔 멋쩍게 스펠링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서는 같은 도서도 발행처가 달라 제목만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영문은 조금이라도 알아듣기라도 하지만, 스페인어, 일어, 중국어 도서를 찾는 날이면 가슴이 쿵쿵 뛴다. 또, 해외도서는 인기도서가 아니라면 정보도 턱없이 부족해서 고객이 원하는 답을 정확하게 해 줄 수 없는 때도 많다. 어쨌든 해외도서는 ISBN이라는 도서 고유 바코드를 알려주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무엇보다도 서로가 덜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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