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화요일, 소낙비가 내린 후 늦은 밤
나는 아이가 하나 있다. 남편도 있다. 아파트 전세 대출금도 있다. 차도 있다. 때되면 여행도 가야하고, 양가 부모님 용돈도 챙겨야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다.(입은 점점 고급스러워진다는 것이 함정)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을 한다. 아무리 그만 둘 이유가 있다한들, 생활고보다 더 큰 이유가 없기에 회사를 다녀야만 하는 이유가, 그만두고 싶은 자잘한 이유를 덮어버린다.
숱한 책들이 떠나 보면 다를거라고, 훌훌 털어버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 책들 원없이 읽으며 나도 떠나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20대에는 학자금 대출 갚느냐고 떠나지 못했고, 지금은 아파트 대출비 갚느냐고, 우리 세 식구 남부럽지 않게 살려고 아침마다 말리지도 못한 헝크러진 머리로 출근한다.
내게 일이란, 그저 생활의 수단일 뿐이다.
처음부터 나라고 일이 이렇게 재미 없지는 않았다. 도서관 관련 학과를 나와 도서관에서 일하다가, 서점계로 발을 들였는데, 세상에 나오는 모든 신간을 소개하는 일이었다. 얼마나 흥미로운가. 책 보는 것도, 글 쓰는 것도 참 행복했다. 회사에서 일을 다 하지 못해 집까지 책을 가져오는 일이 생겨도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퇴근 후 까페에서 책을 보던 나에게 친구들은 말하곤 했다.
아니 하루종일 회사에서 책보고 지겹지도 않아?
지겹지 않았다. 일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회사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7년차로 접어든 나는 이제 더이상 책보는 일을 하지 않는다. 회사의 업무가 변했고, 회사의 상황이 변했고, 7년 묵은 내 마음도 변했다. 이제는 동아리가 아니라 회사에 다니고 있다. 정해진 업무량과 성과가 있어야만 하는 회사. 나는 더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재미를 찾으려 애쓰며 출근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또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재미가 없는 곳에서 재미를 찾을 줄 모르는 사람이란 거다.
후배들 책상을 보면 식물도 있고, 다양한 필기구도 있고, 미니어쳐(?)같은 아기자기함도 있고, 컴퓨터 바탕화면을 예쁘게 깔기도 하고 등등 참 예쁘다. 내 책상은 스케쥴이 써있는 달력(별로 빡빡하지는 않다)과 회의하다 만 서류들과 몇가지 책들, 간단한 필기구가 끝이다. 집이라고 다른가, 생활에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재미없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그런 내가 회사 생활에서 특별히 재미를 찾겠다면,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예전부터 그랬지만,
무언가를 꾸준히함으로 나를 변화시킨다는, 자기계발류의 책들이 눈이 들어온다.
그래서 시작한 게 브런치다.
내 유일한 재미는 글쓰기니까.
그런데 왜 꾸준히는 안될까?
내가 찾은 방법은
회사는 회사대로 밥벌이를 하고,
글쓰기로 숨통을 트여보려고 한 거 였는데,
잠은 왜이렇게 많은건지..
너무 좋으면 잠도 포기하고 하게된다던데...
너무 좋은 건 잠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