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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Mar 10. 2024

첫 학기는 계획대로 되지않아

계획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드디어 개학을 하고, 입학을 하고,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작년부터 줄곧 다녔던 곳인데 발걸음이 가볍다. 익숙한 정경과 경비아저씨, 제법 낯익은 학생들까지, 아 나의 일터로 돌아왔구나 실감한다.


오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고, 청소기를 돌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독서교육종합시스템'에서 '독서로'로 바뀐 대출 프로그램이 이전 정보를 잘 가지고 왔는지, 메뉴들이 바뀐 것들은 없는지 살펴본다. 특히, 학기 초에 할 일은 '진급처리'라는 것인데, 3학년 졸업생은 삭제처리하고 1, 2학년은 한 학년 위로 진급처리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신입생들은 새로이 등록을 하고, 개인정보처리 동의서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시스템이 바뀌다 보니 진급처리 방법도 바뀌었고, 사서 커뮤니티를 보니 이 과정에서 오류가 많이 나는 모양이었다. 도서관 담당 국어 선생님과 나는 잔뜩 긴장하며 행정실에서 받은 학적파일을 도서로 프로그램에 맞게 재편집하여 업로드했다.


세상에, 한 번에 성공이라니! 기분이 좋구나~~


일주일 후 개관하려던 도서관은 바로 다음 날 열기로 했다. 도서관 불이 켜지자마자 들어오고 싶어 문을 두드려대는 참새들이 보였다.


기다려, 내일부터 열어줄게!!


다음 날, 드디어 도서관 문을 열었다. 착실한 도서부 친구들 몇몇은 봉사시간을 주지 않는 때임에도 출근하여 대출 반납과 서가정리를 도와주었고, 임원들은 신규 도서부원을 모집하느냐 열 띄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행히도 지원자가 많아 면접을 어떻게 봐야 할지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나도 함께 고민했다. 올해는 이 아이들과 어떤 도서부를 만들어볼까? 큐레이션을 집중적으로 해볼까? 행사 기획을 아이들에게 시켜볼까? 서가정리는 어떤 방식으로 시킬까?


새 학기의 두 번째 미션은, 운영계획서 작성이다. 작년에 찜해두었던 도서관 행사 관련 책을 가져오고, 팬처럼 찾아가던 사서선생님의 블로그에서 눈여겨보았던 행사를 운영계획에 반영했다. 같은 행사도 우리 학교에 어떻게 변형해서 할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다양하게, 좀 더 깊게 책을 읽게 하는 행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은 참 재미있고, 의미 있다.


올해에는 특수반 친구들 두 명이 주된 단골이 되려나 싶었다. 한 친구는 매일같이 와서 (본인 수준보다 훨씬 높은) 책을 빌려가고, 빌려가고도 어디에 둔 지 몰라 다시 찾으며, 본인 반에서 어떤 부장을 맡았노라고 연신 이야기했다. 실제로 반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혼자 부장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노라고 했다. 한 친구는 반납하지 않은 책을 반납했다고 우겼다가, 결국 책이 집에 있다고 실토하여 작년 내내 대출금지였던 친구였다. 거짓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었는데, 이 친구도 알보고니 특수반이었다. 올해는 책을 빌려줄 테지만 선생님이 있을 때 직접 해야 하며, 분실할 시에는 일주일 내로 반납해야 한다는 주의를 단단히 주고 책을 빌려주기로 했다.


자, 올해의 단골 고객으로 예상되는 이 친구들과 어떤 좋은 관계를 만들어 볼까. 열린반 선생님이 공유해 주셨던 친구들의 특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간결한 지시와 반복을 되뇌며!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계획대로만 잘 흘러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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