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그에게 줄 팁을 부러 세어 작은 주머니에 넣어뒀던 나는, 애꿎은 지폐만 만지작거렸다.
큰 단위의 화폐가 보이면 다른 말을 할까 싶어 화장실에서 몰래 세어 접어놨던, 주기도 민망한 액수였다.
그 마음을 알아챘는지 피라미드, 이집션박물관과 파피루스 설명을 하루종일 해준 왈리드는 도망치듯 인사를 건넸다. 우리의 마지막은 그의 달리기였다. 어색한 뒷모습을 벙찐 얼굴로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믿지 않던 여행슬럼프의 내게, 왈리드는 이집트를 선물해줬다.
여행의 처음처럼 마음을 열라는, 처방전을 내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