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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Oct 16. 2023

07. 코로나19 영향일까, 내 글 덕분일까

2020년부터 생겨난 N잡의 변화들

지금 하고 있거나 최근까지 해왔던 N잡 활동의 상당수는 2020년부터 생겨났다. 온라인 강의 등과 같은 비대면 활동들은 당연하고, 외부 지면이나 온라인 기고, 그밖에 대면하지 않고 가능한 여러 형태의 일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과 업종을 막론하고 생겨난 변화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게도 자연스럽게 찾아온 기회일지, 혹은 그동안 써 온 글들이 모이고 쌓여 일정한 순간 포트폴리오로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일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아래는 그 몇 가지 예시들이다.



1) 개봉 영화 PR을 위한 보도자료 작성


영화 PR/마케팅 현업에 있을 때 협업했던 모 수입/배급사와의 인연으로, 소규모로 개봉하는 외화 몇 작품의 보도자료를 썼고 일부 PR 아이템 초안을 잡아주는 일을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P&A(Print & Advertisement, 홍보/마케팅 비용을 총칭하는 말) 비용을 지출하는 영화라면 당연히 각 업무 영역별로 대행사와 외주 계약을 맺고 개봉을 진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의 시놉시스, 각 영화 매체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전송되는 (’메일링‘으로 칭해지는) 홍보용 보도자료 초안들을 작성했다. 그 영화들 한 편당 대략 열다섯 편 안팎의 보도자료를 썼다. 수개월 동안 8개 작품을 맡았다. 몇 백 명 정도의 극장 관객이 본 영화도 있고, 1만 명이 넘게 본 영화도 있다. 대행사 계약 방식과 마찬가지로, 선금을 받고 프로젝트 종료 후 나머지를 잔금으로 받았다.


2) 글쓰기 강의 (온라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규정이 까다롭게 강화됨에 따라, 특히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기관에서의 강의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줌, 구글 미트 등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동네서점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다. 정해진 일시에 플랫폼 접속만 하면 되므로 집에서 강의를 진행한 적도 있고, 서류 작성 및 장비 이용 등 여러 이유로 해당 기관에 가서 진행한 강의도 여럿 있다.


3) 글쓰기 강의 (오프라인)


드물게 오프라인으로 운영되었던 프로그램도 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강의 특성상 강의 진행 중에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던 경우는 다행이고, 규정상 마스크를 쓴 채로 강의해야만 해서 다소 숨찼던 경험도 있다.


4) 영화 해설 (온라인)


-주 페루 대한민국 대사관 요청을 받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영화 해설 프로그램을 일회성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문화 교류 주간의 성격을 띤 행사의 일환이었고, 미리 촬영한 영상에 자막을 달아 예정된 시각에 송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당시 다룬 작품은 외국에서도 꽤 인지도 있는 한국 영화인 <부산행>(2016)이었다.


-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제안으로, 강의 및 교육 콘텐츠로 유명한 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플랫폼 안에 강의장을 만들어 라이브로 영화 해설 형식의 강의를 진행했다. 당연하게도(?) 다룬 영화는 <레디 플레이어 원>(2018)과 <프리 가이>(2020)였다.


-한 지역 케이블 방송사 보도국의 제안으로 매주 개봉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에 한동안 패널로 출연했다. 보도국 기자님과 함께 영화를 선정하고 촬영용 원고를 준비했다. 방송사 스튜디오에 가서 간단히 메이크업을 받고 나서 각 회차별로 일정한 분량을 녹화했는데, 매주 시간을 내기는 어려우므로 매월 3회차 정도의 분량을 하루에 (회사에 반차나 연차를 내고) 녹화했다. 그대로 읽지는 않지만 일정한 기획과 대본을 갖추고 혼자가 아니라 진행자와의 호흡 등을 생각하며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말해야 했다 보니 ‘보이는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경험이 되었다. 여전히 글쓰기가 내 본업이라 생각하여 영상 콘텐츠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이때 했던 촬영들은 이후에 생겨난 유사한 경험들에도 고스란히 바탕이 되었다.


5) 영화 모임 (오프라인)


기존(코로나19 이전)에 해왔던 방식으로 2020년에 들어 새로 시작한 영화 모임도 있다. 이건 2019년부터 이미 기획에 들어갔으나 론칭을 2020년에 하게 되었던 경우인데, 매월 특정한 영화인(배우, 감독 등)을 선정하여 그 영화인이 출연하거나 연출한 일부 작품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었다. 소규모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나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이었음에도 제법 잘 운영되었다. 수개월 간 연속으로 참석하는 분도 있었고, 각 월별 영화인의 지명도나 팬층 등에 따라 약간의 기복은 있었지만 모임을 진행하는 동안 거의 동시에 다음 월 모임을 기획해야 했을 만큼 일정 기간 나름대로 지속되었다. 잠시 비대면으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수익성 및 새로운 기획 방향 등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상술한 강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정기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 강의의 즐거움도 있지만, 내게 가장 즐거운 일은 역시 ‘영화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다.


6) 영화 리뷰 기고 (지면, 온라인)


-들이는 시간 대비 수익을 따진다면 가장 효율(?)이 좋은 것은 내 경우 글쓰기다. 다년간 보도자료 쓰기와 개인 채널(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스토리 등)에서의 리뷰 쓰기로 쓰는 일에 단련된 덕분인 것 같다. 청탁 원고의 종류나 성격에 따라 작품 선정부터 최종 원고의 마무리까지 전적으로 내 자율에 맡겨지는 경우도 있고, 편집부에서 일부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두 곳의 지면에 하나는 매월 고정, 하나는 격월 고정으로 영화 글을 싣고 있다.


-그 외 일회적으로 기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나 패션 분야 월간지, 독립 영화잡지, 금융 플랫폼의 문화콘텐츠 섹션 등 다양한 창구에서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싣기도 했다. 개봉 예정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받아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그 영화에 대한 리뷰를 내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스토리에 게재하기도 했다.


영상 녹화를 준비하던 2021년 어느 날. 아크릴 칸막이가 시기를 말해준다.

기존에 이미 알던 사람이나 기업, 기관으로부터 오는 제안이 아니라면, 상기 내용은 대부분 (브런치스토리 계정 작가소개 페이지에 기재된) 이메일로 도착한다. 업무 외 가용 시간과 일정, 보수 등을 고려해 각 제안을 수락할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스스로의 몫이다. 닥치는 대로 다 수락하기만 하다 보면, 과거 어느 날의 내가 하기로 한 어떤 활동들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미래의 내가 대신 처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매일매일 N잡 활동을 하느라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것은 아니고, 이것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 모양이다.


처음 영화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13년 여름부터였고, 영화 모임을 처음 진행한 것은 2015년 여름(‘참가비’를 받는 모임은 2017년부터), 브런치스토리 계정을 처음 만든 것은 2015년이었다. 앞선 글에서 쓴 ‘프리랜서처럼 보이는 백수’의 시기에는 위와 같은 활동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영화를 중심으로 한 N잡 활동에 가까운 일들을 하게 되었다 말할 수 있는 건 2020년부터가 된다. 상기 미처 다 쓰지 않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linktr.ee/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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