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 닿는지 모르는 채 쓰는 일
그 무렵 본 영화 -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03.05 개봉)
(…) 홍콩 영화를 잘 알지 못하고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도 아닌 내가 ‘찬실’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몸소 체험하고 거기에 아파하고 좌절하면서도 그걸 선뜻 포기하지 않는 인물의 이야기라면 나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걸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꺼내주었다.
비록 내가 믿고 싶고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이것저것', '이상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사라져버리고 변하고 되돌릴 수 없을지라도, 내가 믿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이야말로 살아감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을지라도,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거기 영화도 있어요.”라고 말해볼 수 있게 만든 게 결국 영화였고, 그 영화들의 세계와 감각을 사랑하며 웃고 울었던 매 순간의 '나'였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