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도 않았던 분야로의 이직
"우리 회사에서 일할 생각 있어요?"
"동진 씨 글 잘 쓰잖아요"
그 무렵 본 영화 - <천공의 성 라퓨타>(2004.04.30 국내 개봉)
(...) 그 경이로웠던 마음을 지금도 기억하는지. 책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여행이든 무엇으로부터든 간에. <천공의 성 라퓨타>를 두 번 다시 보면서 주로 눈과 마음에 들어왔던 건 있을 거라는 믿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라퓨타를 본 파즈의 표정과, 자신도 몰랐지만 스스로의 뿌리를 둔 곳임을 알며 그곳을 보게 된 시타의 표정이었다. 나아가 지금은 해적단을 이끌고 있지만 과거 남편과 함께 모험가로 각지를 누비며 활약했던 도라가 파즈와 시타를 보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할머니로 불리지만 도라의 방에는 그가 젊었을 때의 사진 - 지금과 똑 닮은 머리 모양을 한 채로 위풍당당히 서 있는 - 이 걸려 있다. 비행선 위에 올라가 보초를 서던 파즈와 거기 몰래 올라간 시타의 대화를 통신 장치로 듣게 되는 도라의 표정이 떠오른다. 도라는 두 소년 소녀를 보며 자신의 유년을 떠올렸겠지. 눈을 감고도 그것들이 선연히 그려졌겠지. 본 적 없는 세계가 다른 어떤 이에게는 생생히 경험한 세계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끝내 그 세계들 사이를 누비며 기억을 더듬고 또 그리움 저편을 넘나들며 추억 하나를 갖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