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영화 글을 쓰게 되었다 보니,
그 무렵 본 영화 - <셔커스 -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2018.10.26 넷플릭스 공개)
(…) 제대로 된 영화 수업도 영화 학교도 없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감독 산디 탄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그저 수많은 영화를 보고 머리속에서 수많은 영화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미 오래 전, 직접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불확실함을 꿈꾼다는 건 그런 것이다. 당장 실체가 없고 앞으로 있을지의 여부조차 모르지만 그것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 자체가 현재를 살게 한다.
잃어버린 그 필름들은 단지 필름이 아니라, 한 사람의 꿈이었고 그것을 향한 탐닉과 애정이 가득 담긴 집합체였다. 그런 것이 어떤 사람의 사리사욕에 의해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 다만 <셔커스 -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는 죄를 심판하거나 추궁하는 대신 자신이 25년 전 무엇을 꿈꾸었는지 머리와 마음 안에 깊이 있던 것을 영화가,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 필름이 사라진 일의 내막에는 좀 더 복잡다단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당신도 그런 꿈이 하나 있지 않았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모든 일들을 겪고 세월이 흘러 자기만의 방식으로 꿈을 되찾은 영화감독의 이야기는 가장 사적인 방식으로 모두가 꿈꾼 흔적을 여기 소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