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들과의 느슨한 동질감
그 무렵 본 영화 - <작은 아씨들>(2020.02.12 국내 개봉)
(…) 그 시대에 루이자 메이 올컷은, 그리고 그가 쓴 이야기 속 조 마치는 글을 썼다. 처음에는 ‘친구가 쓴 글’이라고 했던 ‘조’는 당당하게 자신이 쓴 이야기임을 밝히고 편집자와 인세를 흥정하며 판권을 넘기지 않는다. 그 글은 자신이 겪고 보고 듣고 느껴온,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기반으로 한다. 이 영화의 많고 많은 빛나는 장면 중 해변에서의 대화. ‘베스’에게 ‘조’는 자기가 쓴 글을 읽어주기 전에 조지 엘리엇의 『플로스 강변의 물레방아』 속 한 대목을 읽어준다.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모든 것이 자명하고 또 자명하기에 사랑받는 이 달콤한 단조로움.” 그 단조로운 이야기들이 100년도 넘게 이야기되어 나날이 새로워지고 변화한다. 그 단조로움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이야기를 결코 만나지 못했으리라.
숱한 일들의 희로애락을 지나온 ‘조’는 어떤 계기로 인해 쓰지 않겠다고 했었던 결심을 꺾고, 다시 글을 쓴다. 그에게 마찬가지로 비슷한 종류의 숱한 일들을 지나온 ‘에이미’는 이렇게 말해준다.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 거야.” <작은 아씨들>이 ‘팔리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있을 수많은 골방 작가들에게 하는 말이며,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