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힘으로 문맥을 읽으려 하지 않는 사회
"간혹 이런 유형의 영화평을 본다. 타인의 영화평이 마음에 안 든다는 영화평. 내가 그 작품을 좋게 봤으면 그것으로 된 거고, 그 작품을 좋지 않게 봤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남이 호평을 하든 혹평을 하든 상관없는 일이다. (...) 이런 글에 가장 불필요한 것은 '왜 이런 걸 재미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예광탄을 기점으로 발사되는 자기애적이고 현학적인 해설이다. '왜 이런 걸 재밌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로 시작되는 반대 입장의 글도 마찬가지다.
어떤 영화를 좋게, 혹은 좋지 않게 봤다면 내게 어떤 면이 좋았고 좋지 않았는지, 어떤 감상이 있었는지를 쓰면 된다. 남의 감상을 끌어와서 평가하는 건 영화평이 아니라 '타인의 영화평에 대한 평'이다."
-황석희, 「취존이 어렵나?」, 『번역: 황석희』에서, 달, 2023, 1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