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과 리뷰, 비평의 역할에 대한 끼적
"충분히 공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풀어서' '간단하게' 말하기를 경계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글쓰기와 말하기는 "한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이다(유사품은 "간단히 정리해주신다면?"이 있다). 혼자만 아는 세계에 있는 듯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만큼이나 간단하지 않은 내용을 간단하게 '오역'하는 글쓰기도 주의해야 한다. 어떤 글은 역량껏 덤벼들어 읽는 독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과학과 수학 문제를 풀 때만이 아니라,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꿰는 데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있다.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는 글 역시 필요할 때가 있다."
(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본 코멘트에 그렇게 어려운 말이 있는지 여부는 읽는 이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 제쳐두고서라도, 처음에 자신부터 타인의 감상에 비난과 조롱에 가까운 멘트를 남겨놓았는데 다른 분에게도 공격적이고 날 선 댓글을 적으신 분이 계신 것 같네요.. (이미 이야기가 얼추 마무리된 듯 보여서 괜히 끼어드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한줄평이 자신의 그 영화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모든 걸 다 담아야 할 필요는 없고 그게 반드시 쉬운 말이어야만 할 의무는 없습니다. 궁금한 게 있거나 더 설명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면 질문을 하거나 라이브톡에선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 같은 걸 찾아보면 될 일이고요. 본인이 단번에 납득할 수 있는 말로 쓰여 있지 않다고 비아냥 거릴 시간에 대신 본인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를 이야기하시거나, 아니면 좀 더 쉬운 말로 적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온전히 적었다면 대화 다운 대화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자신에게 끼워 맞추려 할 게 아니라요.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존중이라는 걸 댓글에 기대하는 게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건 왓챠에 댓글 기능이 생겼을 때부터 느껴왔지만, 영화 보기 전에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남겼나 살피러 왔다가 매번 눈살만 찌푸려져 대댓글은 거의 보지 않게 됩니다. 자기 감상과 의견만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일부 사용자들 때문에요. 아무리 글을 안 읽는 시대라고 해도 생각은 누가 저절로 떠먹여 주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어떤 글은 일생일대의 사고 과정을 거쳐 태어나고, 그래서 읽는 쪽에서도 그만큼 수고를 들여야 합니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라는 책에서는 가야트리 스피박의 말을 인용합니다. "우리는 평이한 글에 속임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쉽게 설명하려면 저자는 많은 독자에게 이미 익숙한 도구를 가져다 쓰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 김은주 씨는 말합니다. "쉬운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래된 낡은 집단 안에 깊이 묶여버려, 새로운 사고와 관점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철학서를 읽을 때든 고전소설을 읽을 때든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하며 어려움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며 읽어봐야 합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글이라면 글을 풀어내기 위해 깊이 고민해봐야 하고, 설령 읽는 사람에게 다소 어려운 글이라 하더라도 도전해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