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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여덟 해의 그림자와 천 년의 부끄러움

별 하나에 정의를, 별 하나에 울음을

by Helia

천 년의 무게를 여덟 해로 줄여버린 재판이 있었다.
교실 한편, 분필 가루는 흩날렸지만
아이의 울음은 어디에도 적히지 못했다.
법정의 종소리는 짧고 허무하게 메아리쳤고
별빛조차 판결문 위에서 부서져 내렸다.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지켜야 할 자리에 서 있던 이들이 남긴 것은
고작 여덟 해의 그림자뿐이었다.
그 얇은 그림자는 돌처럼 무겁게 아이를 짓눌렀고
나는 그 무게 앞에서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저승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잡아가야 할 그림자는 아직도 웃는다.
죽음보다 차가운 생존을 짊어진 아이들의
울음은 아직 밤하늘에 묶여 있다.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별빛이 부서진 눈동자를 다시 밝혀주기를.
정의가 모래처럼 흘러내리지 않고
별자리처럼 단단히 이어지기를.

그러나 기도는 바람 속에서 흩어지고,
나는 별 하나에 다짐한다.
끝내 부끄럽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쓰고, 외치고, 기억하리라.

별빛은 언젠가 다시 아이들의 눈에 스며들 것이다.
그날 우리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
오늘 나는 이 긴 어둠의 밤을 넘어
별 하나에 정의를, 별 하나에 울음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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