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부재가 나를 채운다
달이 잠든 시간에 나는 깨어 있었다.
그대의 이름을 부르려다 입술을 다물었다.
말은 바람에 닿기도 전에 부서지고,
침묵만이 끝내 내 곁에 남았다.
세상은 잠들고, 별마저 눈을 감은 밤이었다.
나는 내 안의 어둠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대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빛도, 온기도 아닌,
이름 모를 그리움의 잔향이었다.
달빛은 사라졌으나, 나는 여전히 그 빛을 더듬었다.
그대가 마지막으로 웃던 순간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났다.
그것이 환상이라도 좋았다.
사랑은 늘, 사라진 후에야 더 또렷해지는 법이니까.
나는 그대의 그림자를 끌어안았다.
그대의 부재가 나를 채우고,
그대의 침묵이 내 말을 대신했다.
달이 잠든 시간에도
나는 그대를 부르고 있었다.
그대는 듣지 못하겠지.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마음의 떨림은 언젠가 별이 되어
그대의 창문을 두드릴 것을.
그리하여 나는 잠들지 않으리라.
달이 잠든 시간에도,
그대가 내 안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으므로.
그대가 내게 남긴 고요가,
나의 기도가 되어 다시 새벽을 깨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