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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시놉시스, 겨울의 마지막 문장을 안아주었다.

그리움도 결국 따뜻한 것일까

by Helia

눈발이 그치던 저녁,
나는 계절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모든 문장이 하얗게 지워진 자리에서
숨결 하나가 고요히 남았다.

그건 이별의 문장이 아니라
나를 부르는 문장이었다.

“그리움도 결국 따뜻한 것일까.”

그 말이 내 겨울을 품처럼 감쌌다.
나는 그 안에서 천천히 식어가며
스스로를 덮었다.

하얀 길 위에 발자국이 희미하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나는 그 둘 사이에서 머문다.
가지 않은 쪽을 바라보며,
이미 지난 시간을 손끝으로 더듬는다.

언젠가 내 마음에도 눈이 내렸고
그 눈 속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그러나 오늘,
눈이 그친 자리에서 나는 다시 내 이름을 불러본다.

이건 나의 시놉시스,
겨울의 마지막 문장을 안아주던 이야기.

겨울의 문장은 늘 조용했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나를 안아주는 문장.
그 품이 차가워서, 오히려 따뜻했다.

나는 오래된 종이 위에 쓴다.
“이 계절이 끝나면, 나는 나로 돌아가겠다.”
그 한 줄이 내 시의 요약이 되고
내 마음의 서문이 된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되었다.
모든 계절이 지나도 남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기다리던 나라는 걸.
눈은 녹아 사라져도
그 기다림은 조용히 빛난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장 조용한 시간에 귀를 기울인다.
겨울의 끝에서 들려오는
가장 깊은 대답을 위해.

겨울이 떠난 자리에
봄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인데,
나는 여전히 겨울의 언어를 껴안는다.
눈처럼 흩어지는 말들을
하나씩 모아 품에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접어
가슴속에 품는다.
그 문장은 오래된 숨처럼 따뜻했다.
겨울의 끝자락, 하얀 숨결을 안으며
나는 작게 중얼거린다.

“안녕, 나의 겨울.
너는 나의 쉼표였구나.”

겨울이 떠난 자리에,
나는 나를 다시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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