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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해와 달

빛과 어둠 사이에서

by Helia

어릴 적,
나는 해를 닮고 싶었고
밤이 깊어지면
달을 닮고 싶었다.

우리는 누구나
두 빛 사이를 건너며
하루를 버티는 존재이기에
나는 오늘도
해와 달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해는
내 안의 밝음을 잊지 말라 속삭이고,
달은
내 안의 상처를 살며시 끌어안아 준다.

그래서 나는
눈부신 낮에도 문득 슬퍼질 수 있었고
깊은 밤에도
이상하리만큼 길을 잃지 않았다.

해가 뜨는 자리에서
나는 용서를 배우고,
달이 뜨는 자리에서
나는 후회를 배웠다.

빛과 어둠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사람이 되었고
가끔은 해처럼
가끔은 달처럼
그렇게 흔들리며 자라왔다.

오늘도 나는
두 빛의 기슭에서
스스로에게 작은 이름을 불러본다.

해요,
내일의 나를 데려가다오.
달이여,
오늘의 나를 지켜다오.

그리고 언젠가
모든 빛이 사라지는 순간이 와도
나는 조용히 말할 수 있으리라.

나는
해가 뜨고 달이 지는 사이에서
내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끝까지 걸어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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