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이 찾아든 새벽에게
별 하나가 무너진 자리로 새벽이 걸어왔다.
어둠은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는데
먼 하늘 끝에서 먼저 나를 부르는 빛이 있었다.
이름을 잃어버린 누군가가,
돌아오지 않을 길을 건너오듯
숨을 끊어가며 날아오는 혜성이었다.
새벽은 그 빛을 알아본 듯
두 손을 모아 떨리는 품을 내어주었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
세상의 첫 숨 같은 온기가
새벽의 가슴속을 조용히 밝혀냈다.
별들은 숨을 죽였고
바람은 방향을 잃은 채 흔들렸다.
하늘엔 오래 감춰둔 한 줄의 시가
슬며시 떠올라 쓰이기 시작했다.
나는 꿈에서 깬 사람처럼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지기 위해 오는 줄만 알았던 빛이
사라지지 않으려고 새벽을 찾아온다는 걸
그날 처음 깨달았다.
잠깐 스쳐간 온기 하나가
누군가의 시간을 이렇게 깊게 적신다는 것도.
혜성이 지나간 자리엔
어쩐지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만 남았다.
불타는 꼬리를 남기고 사라졌지만
새벽의 눈가엔 투명한 빛의 가루가 맺혀 있었다.
나는 그 가루를 조심스레 손바닥에 받아
마지막 온기를 어루만졌다.
“모든 빛은 사라지기 위해 오는 게 아니야.
누군가의 새벽을 일으키기 위해,
단 한 번이라도 머물기 위해 오는 거야.”
그 한 줄이 속삭이듯 가슴에 새겨졌고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과 바람과 별 사이에서
아직도 남아 있던 혜성의 이름을
천천히, 오래도록 헤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