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솔솔 향기를 실어 나르는 바람이 코를 간질일 때,
까만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이 나를 따라올 때,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랜만에 외출을 했을 때,
삶에서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짧은 순간에 하고 싶은 것.
산책을 하지 않은 지 오 년도 더 지났다. 하지 못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하고. 해서, 옛 시절이 문득 그리워 지기도 한다.
삶은 언제나 바쁘다. 숨이 가쁘다. 끝이 보이지도 않는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힘이 들 때가 많다. 숨고르기를 위해 잠시 멈추면 그제야 엉망이 된 땀범벅 얼굴을 보게 된다. 그렇기에 산책이 그리워지나 보다. 치열하지 않으니까.
고되게 삶이라는 계단을 오르다보면 미소는 사라지고 입은 꾹 다물어진다. 눈은 가늘게 뜨고 코를 벌름거린다. 참다가 힘겨워 입을 벌리면 순간 훅 들어오는 낯선 공기에 목구멍이 따끔거린다. 코를 통해 걸러지지 않은 공기 때문인지 폐가 더러워지는 찜찜한 느낌.
산책은, 다르다. 그는 나를 몰아치지 않는다. 가만 들여다 보기만 한다. 발걸음을 재촉하지도 않는다. 왼편을 볼 수가 있다, 오른쪽도 보인다. 뒤를 돌아 보아도 좋다. 하늘을 올려다 보거나, 바닥을 쳐다봐도 된다. 바람 냄새에 고개를 갸웃거려도 상관없다. 꽃을 보며 웃어주어도 좋다.
나를, 너를, 우리를 치유해주는 토닥거림.
가슴에 상처가 나면, 그래서 산책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