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잠깐의 평화

학원 아르바이트 - 쉼표 같은 시간

by 소유 SoYu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고 결과가 나오기 전, 약 3개월 동안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행정 업무를 맡아 등록·결제를 받고, 수업 세팅을 하고, 출석체크와 자습실 관리까지 했다.

매일 학생들을 마주하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선생님 누구 닮았어요.”

“아니, 네가 누구 닮았어.”

농담을 주고받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전에 교육회사 인턴으로 있을 때도 느낀 건데,

학원 강사 출신 대표들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첫째, 원장은 왕이고 원장실은 자기 놀이터다. 퍼팅 연습도 하고, 필요한 건 아무렇지 않게 직원에게 시킨다.

둘째, 학생들을 귀여워하면서도 결국 돈으로 본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살아 있는 홍보 전단지’였다.

셋째, 새로 온 직원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특히 자주 바뀌는 자리는 더더욱.


학원에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있었다.

바로 채점 알바.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친구들이었다. 나는 그 나이 때 놀기만 했던 것 같은데, 괜히 기특해 보였다.


수학과 과학을 곧잘 했던 터라 가끔 문제집을 들여다봤지만,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꾸준히 했더라면 질의응답 정도는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못내 아쉬웠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하루하루가 흘렀다.

그런데 그런 루틴이 나쁘지 않았다. 마음이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받은 합격 통지.

가채점으로 이미 알았지만, 막상 ‘합격’ 두 글자를 눈으로 확인하니 기뻤다.

부모님도 좋아하셨고, 남자친구에게도 자랑했다.


자격증은 든든했지만 동시에 막막했다.

‘이걸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혼자 사무실을 차리는 건 무섭기도 했고, 큰돈이 오가는 일이라 더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좋은 자리가 나왔다.”

그리고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덜컥 계약을 해버리셨다.


그 길로 나는 친해진 학생들과 익숙해진 루틴을 뒤로하고 학원을 급히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빠 권유로 시작한 공부이긴 했지만, 사실은 강남권 법인 사무소에 들어가 배워볼까 고민하던 중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잠깐의 평화는 그렇게 막을 내렸고,

눈앞에는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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