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따뜻한 커피처럼

사내카페 - 봄날은 온다

by 소유 SoYu

버스 안이었다.

알바몬을 뒤적이다가, 27분 전 올라온 공고가 눈에 띄었다.

망설임도 없이 ‘지원하기’를 눌렀다.


곧바로 전화가 왔다.

“지금 면접 보러 오실 수 있나요?”


그날 바로 면접을 봤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사내카페는 빈자리가 좀처럼 나지 않는 곳이었고, 알바몬으로 사람을 뽑은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운이 좋았다.



나는 오픈조였다.

새벽 6시 반에 문을 열고, 오후 2시에 퇴근.

카페 아르바이트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사내카페는 조금 달랐다.

손님이 훨씬 많았고, 테이크아웃만 하는 곳이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에 커피 천 잔쯤은 가뿐히 넘어가는 날도 있었다.

여자 넷이서 호흡이 척척 맞았다. 지금도 안부를 주고받을 만큼 좋은 사람들이었다.


퇴근하면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카페 구석에서 공인중개사 공부를 했다.

단순하지만 나쁘지 않은 하루들이었다.


사내카페라서 손님은 많아도 마주하는 얼굴은 비슷했다.

누가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외워질 즈음이었다.



퇴근길, 한 남자 직원이 초콜릿과 편지를 내밀었다.

한눈에 봐도 정성껏 쓴 글씨였다.

그는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아아샷추’)를 주문하던 손님이었다.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회사 직원이자 손님이었고, 무엇보다 공부가 우선이었으니까.


그런데도 그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나타났다.

가끔은 간식을 사 와 공부하는 내 앞에 앉아 있기도 했고, 저녁을 먹자며 데려가기도 했다.


그러던 아침, 늘 보이던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도 닿지 않았다.

마음이 덜컥했다. '왜 안 오지? 무슨 일이지...'


아팠다고 했다. 그때부터였다.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건.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고, 한 달 반쯤 지났을 때 결국 사귀게 되었다.


그 사람은 지금, 내 남편이다.

내 겨울을 거두어 가고, 영원히 따뜻한 봄을 만들어 준 사람.

카페인에 약하면서도 기억에 남고 싶어 ‘아아샷추’를 마셔대던, 나를 알아봐 준 고마운 사람.




사내카페는 내게 좋은 인연을 많이 남겼다.

함께 땀 흘린 동료들도, 인생을 바꿔 놓은 그 사람도.


여섯 달을 일하고, 시험 석 달 전부터는 공부에 매달렸다.

그리고 결국 합격했다.

시험도 합격하고, 남자친구도 생겼다.

그 겨울의 끝은, 내 인생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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