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알바 - 떠나는 이유
교육회사를 나온 지 열 달이 지나자 다시 일을 하고 싶어졌다.
전과 달라진 건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새로운 일을 배우며 성취감을 얻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그저 적당히 할 만한 일을 찾았다.
집과 가까운 곳, 재미도 조금 있고, 시간 관리가 자유로운 서비스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알바몬을 들락거리다 마음에 드는 공고를 발견했다.
주방용품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카페 아르바이트였다.
면접을 보러 갔더니 카페 직원은 이미 충원되었다며 되물었다.
“혹시 판매 쪽은 어떠세요?”
면세점과 백화점 단기 경험이 있으니 못 할 건 없었다.
“네, 괜찮습니다.” 그렇게 나는 판매 알바가 되었다.
카페 쪽은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판매 매장에는 이모뻘 직원이 한 분 계셨다.
브로셔를 챙겨와 출근 전까지 상품 공부를 했다.
제품이 워낙 예뻐서 외우는 것도 즐거웠다. 실제로 구매해 사용하는 제품도 있었다.
게다가 카페가 붙어 있어 아침마다 모닝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은근한 보너스였다.
하지만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이 일을 두 달도 채우지 못했다.
판매 자체는 재미있었고, 손님에게 추천해 드릴 때 은근한 성취감도 있었다.
그런데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사건사고가 잦았고,
그 속에서 오가는 말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점점 지쳐 갔다.
이전 회사에서 MZ세대와 부딪히며 남은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휘말릴까 봐 겁이 났다.
나는 평일 근무만 했는데, 주말에도 나와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거절하자 매니저가 다시 물었다.
“카페 자리가 났는데, 그쪽으로 가시는 건 어때요?”
처음부터 카페로 지원했으니 맞는 제안이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뒤였다.
같은 층 주방 매장의 이모님들은 오히려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오가며 인사하고, 간식도 나눠주셨다.
덕분에 마지막 날은 더 아쉬웠다.
예뻐해 주신 이모님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급히 일을 마무리했다.
사실 이 경험을 글로 쓸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혹시 백화점 아르바이트가 궁금한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 남겨 두기로 했다.
백화점은 생각보다 텃세가 없다.
다만 서서 일하는 시간이 길고, 옆 매장 직원들과 자연스레 대화가 잦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야말로 말이 가장 잘 전해지는 때였다.
말은 공기처럼 퍼져 나갔다.
점심·간식·저녁 시간이 정해져 있고, 직원 휴게실도 있다.
다만 그 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손님보다 더 중요한 건 층 매니저와 그 위의 상사였다.
늘 위에서 지켜보는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직원 할인, 야근 없음, 특별한 스트레스 없음.
시간만 채우고, 물건만 잘 팔면 되는 단순한 구조였다.
‘쉬운 일’이라고 느낄 만한 부분이다.
내가 그만둔 뒤 매니저가 바뀌고,
말 많던 직원들도 회사를 떠나 지금은 안정이 되었다고 한다.
가끔 들르면 남은 직원들이 밝게 인사해 주고, 커피까지 내어준다.
두 달 남짓 함께했는데도 나를 기억해 주는 게 고맙다.
어쩌면 나는 사람에게 지쳐버렸으면서도,
또 사람을 만나고 싶어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가 버티고 떠나는 이유는 언제나 사람 때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