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네가 어리니까 말을 잘하지 못해도, 엄마는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어. 참 신기하지?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게 말이야.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땐 말하지 못해 울기만 하는 너를 앞에 두고 무얼 원하는지 몰라서 당황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무작정 찾아든 책에선 소아청소년과 의사님이 웃는 얼굴로 '시간이 지나면 엄마니까 다 알 수 있게 된답니다.'라고 하는 말에 '그런 날이 도대체 언제 오는 겁니까?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됩니까?' 라며 엄마의 미숙함을 의사님에게 탓하기만 하던 날도 있었는데 말이야. 생각해보면 그때가 지금보다 네 뜻을 더 알기 쉬웠을지 몰라. 배고프고, 배 아프고, 덥고, 춥고, 졸리고, 불편하고.
요즘은 문득, 네가 어느 날 갑자기 훌쩍 커버리면, (뭐 지금 말하기엔 무안할 정도로 먼 훗날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그 날이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잖아. 지금도 매일 다르게 커가는 널 보면서 커가는 속도를 체감하는 중이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없고, 표정과 행동을 읽을 수 없어서 내 해석이 엇나갈 그런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곤 해.
너는 왜 먼 훗날을
미리 가슴 아파하냐고 하겠지만.
그래서 너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선 대화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느 시점이 지나면 너는 지금 네 언어를 잊어버리고, 더 이상 하지 않겠지. 온 마음을 다해 귀 기울이면 지금 너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나를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워. 다정하게 부를 때도, 다급하게 부를 때도. 그냥 불러줘서 고마워. 내가 대답할 수 있게 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