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패턴임에도 불구하고 이유 없이 지칠 때가 있다. 아이가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고, 좋아하는 놀이를 했는데도 엄마가 잠깐 집안일을 하거나 화장실을 가야 해서 자리를 비울 때 유난히 보채며 엄마만 찾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하루 일과의 마무리 단계인 아이 씻기는 일과 저녁 설거지가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엄마가 되는 일이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이 다가 아니라는 걸 더 실감하게 된다.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랑만 온전히 놀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깨닫고서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아이에게 달려가 원하던 것을 해주지만 오래 지속된 속상함이 풀리지 않는지 아이의 울음이 금방 그치지 않을 때면 별 것 아닌 일로 시작된 기싸움은 괜한 둘의 고집으로 변모하게 된다.
부모님께서 언니는 어릴 적에 혼날 때면 손을 싹싹 빌며 바로 잘못했다고 말한 반면에 너는 절대 잘못했다는 말 안 하고 입 꾹 닫았다며 나의 고집에 대해서 자주 말씀해주시곤 했다. 아이에게 다시 그러지 않겠습니다 대답을 들으려는 나나, 자기 뜻을 절대 굽히지 않고 더 크게 우는 아이나, 이럴 때면 마치 거울을 마주한 것처럼 두 사람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
아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겠음에도 도리어 더 굳건히 마음을 먹게 되는 건 나도 부모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긴긴 고집의 줄다리기는 서로를 위한 위로의 포옹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잠들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엄마와 눈만 마주쳐도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아이는 이리도 엄마가 좋을까.
아이는 단지 엄마와 같이
놀고 싶었던 것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