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자기 주관이 뚜렷해지고 있는 말랑말랑한 너와 어느 정도 가치관이 고착된 딱딱한 내가 부딪히고 말았다. 너는 어리고 나는 젊늙다. (젊고 늙음의 그 중간쯤) 부딪힘 후엔 부스러기만 남는데 그 부스러기는 네 속상함과 내 미안함이 반반 씩 차지하고 있다.
초심을 잃어버린 것일까. 늘 고마운 마음만 갖고, 미안한 마음은 갖지 말자고 다짐하건만, 왠지 모를 무지함과 부족함에 마음이 쓰리고 괴롭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참고 기다려야 하는 일은 얼마나 많이 찾아올까. 나답게 키우는 일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이 세 가지가 초심이 되었으면 한다.
눈을 맞추고,
말을 걸어주고,
가슴으로 안아주기.
나도 처음이라 서툰 부분이 있으니 너에게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네가 나에게 준 사랑이 커서 왜 그 순간을 기억하질 못했을까 내 어리석음에 그런 말도 쉽사리 꺼내질 못하겠다. 너를 키운다는 건 나에게 두 번의 기회는 허락하지 않는, 늘 한 번뿐인 순간들이다.
잠든 너를 앞에 두고서 한 가지 깨달음이자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오로지 부모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자. 그건 바로 '사랑'. 당연한 듯 식상한 답일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이 순간 긴긴 괴로움 끝에 내어 놓는 내 답이다. 이제 내 일방적인 고집은 내려놓고 네 마음 헤아리고 보듬는 것부터 우선으로 하련다.
나는 너와의 긴 여행을 함께 떠나기로 한
무조건적인 네 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