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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비아 May 14. 2020

세 가지 단편 생각



 예전에 학교에서 인생 그래프를 그려본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엄마가 되는 것’도 다른 항목들처럼 목표 달성하면 되는 것 중 하나로 여기며 썼던 것 같다. 그때는 물론 그렇게 엄마가 된다는 게 와 닿지도 않았을뿐더러 실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앞으로 내 남은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생기는(남편과는 또 다른 의미의) 매우 집요하고, 긴밀한 일이라는 걸.






 최근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말 중에 ‘~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말은 그 앞에 있는 내용을 바란다는 것이므로 그것처럼 또 부담스러운 말도 없겠구나 싶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니 나는 정말 아이들로부터 무엇이 되기를 강요하거나 무엇을 받기를 바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아이들로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나는 받을 것은 다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를 통해서, 뜻에 따라 태어난 것일 뿐이다.






 해내는 것은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었다. 미흡해 보여도 아이 스스로 하도록 믿고 지켜보는 것. 내가 한 것은 그것밖에 없다. 그나마 지금의 내가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건 잠 못 자고,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는 일이 영원히 지속되진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팔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이젠 바라지 않는다. 두 팔이 만나면 많은 걸 끌어안을 수 있다는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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