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전통시장에서 잘 익은 자두와 살구를 사 오셨다. 옛날 생각이 나서 사 오셨다고 한다. 옛날 생각? 여쭤보니 자두와 살구를 먹으면 어릴 적 집 마당에서 삼촌, 이모들과 함께 따먹었던 날들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그래요? 음-"
무심한 듯 자두 하나 집어서 입에 쏘옥 넣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먹고 있는 이 자두에는 엄마의 과거가 들어 있다. 그래서 선택되었고, 딸인 내가 맛을 본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다. 지난번에는 엄마가 핸드폰을 두고 가신 적이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화면을 보니 발신자 '엄마'라고 되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엄마가 어떻게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지?' 생각했다.
뒤늦게 외할머니께서 전화하신 거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 엄마는 외할머니의 딸, 그리고 엄마는 나의 엄마, 나는 엄마의 딸.
나의 지금도 언젠가 아이들에게는 과거가 되겠지. 미래에 아이들이 맛볼 자두를 떠올리며 나는 지금의 자두를 입 안에서 오물오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본다. 엄마와 딸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시간이라는 굴레 안에서 굴러가고 굴러간다. 근데, 자두도 살구도 맛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