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를 주면서도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성남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6세 남자 아동의 또래 여아 성폭력 사건은 그동안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던 만 10세 미만 아동간의 성폭력 사건을 수면위로 드러냈고, 불과 며칠만에 국민청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만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보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른들의 관점에서 보면 안된다며 성폭력이 아니라 성적 일탈 행위라고했고, 또 자연스러운, 발달과정, 과도한 표출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성폭행이 아님을 강조했다.
만약 이 사건이 성폭력이 아니라, 6세 미만의 아동이 다른 아동을 때리거나 높은 곳에서 밀어서 다쳤다면 그 때도 자연스러운, 과도한 (공격성) 표출 등의 단어로 사건을 희석할 수 있을까. 이슈화되지는 않았을수도 있지만 당연히 폭력으로 인정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성폭력은 인정조차 쉽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형법상의 처벌 여부를 떠나서 이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성폭력 사건이 맞다고 생각한다.
가해아동이 피해아동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항문에 집어넣었던 손가락을 질에 집어넣었던 행위들뿐만 아니라 이런 행동들을 선생님이 보지 못하도록 다른 아이들을 앞에 세워놓고 망을 보게 했다거나 아파트 단지의 어두운 자전거 보관소에서 가해행동을 했던 점, 그리고 이 행동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던 그 모든 정황들을 미루어보아 가해아동은 이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했기에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 행동이 아니라 가해아동은 이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아동이라고 해서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성폭력 사건이 맞다. 그렇지만 동시에 6살 아이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고려하여 성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상담이나 심리치료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 가해아동이 저질렀던 행동 자체가 아이가 음란물이든 기타 방법으로 성행위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소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죄는 죄대로 인정하고, 가해아동을 비롯하여 그 아동이 앞으로 크면서 만나게 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아니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아이스케키"라고 말하며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추는 행동에 대해 짖궂은 장난이라거나 놀이라며 역으로 여자아이들의 이해를 요구했었다. 다행히 이제는 아이스케키가 놀이가 아닌 성적 괴롭힘으로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기나긴 시간동안 여자 아이들은 아이스케키를 피하기 위해 치마를 입지 못하고 아이스케키를 당하면 우는 등 아이스케키를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왔고, 당하면 수치스러움을 느껴야했다.
다른 사람을 때리고 공격하는 행동이든,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든, 성 폭력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의 몸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에 늘상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 예를 들어,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여전히 너무나도 자주 발생하는 성추행들, 행동뿐만 아니라 말로 성적인 희롱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일삼는 일, 강간과 성폭행은 말할 것도 없고 불법촬영이나 스토킹들 등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그것을 피해로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피해를 끼치는 행동들이다.
피해를 주면서도 피해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가해자는 피해인 줄 모르지만, 피해자는 괴로움을 겪는다. 최근 강간 인정을 폭행이나 협박 여부가 아닌 동의여부로 바꾸어야 한다는 사회의 움직임, 그리고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위 사건을 성폭력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 역시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러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을 확고히 하기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