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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軍, 10년 뒤엔 이렇게 바뀐다

by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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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저녁뉴스에 비칠 한국군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전차 옆에는 사람이 아니라 자율주행 무인차량이 나란히 달리고, 하늘 위에서는 드론이 떼를 지어 움직인다. 화면 아래에는 위성이 내려보낸 영상이 실시간으로 흐르고, 전장 곳곳에서는 총성이 아니라 전파와 신호가 부딪힌다.


이 장면은 그저 내가 떠올린 미래 기술 홍보 영상이 아니라, 지금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공식 문서에서 상정하는 ‘미래 한국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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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문서들이 몇개가 있다.


한국군의 미래 전략을 가장 크게 보여주는 문서는 국방부의 「국방비전 2050」과 미래국방혁신구상이다. 이 문서들은 한반도 위협뿐 아니라 우주·사이버·전자전 같은 비전통 전장까지 확장된 환경을 상정하고, 군 전체를 기술 기반으로 재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단순히 신형 무기 도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구조·교리·지휘체계·인력구조를 통째로 바꾸어 2050년까지 ‘기동성이 높고 분산된 미래군’을 만들겠다는 장기 청사진이다.


보다 구체적인 무기체계 방향은 방위사업청이 공개하는 중·장기 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2029 국방중기계획」, 「2026~2040 합동무기체계기획서」, 「2030~2054 장기 무기체계 발전방향」 같은 문서들은 세부 사업명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지만, 어떤 전력을 어떤 시기에 증강할지 뼈대를 제시한다.


여기에는 장거리 정밀타격 확대, 다층방공망 고도화, 유·무인 복합전력 도입, 차세대 함정·전투기 구상 등이 큰 흐름으로 나타난다. 말하자면 국가가 앞으로 어떤 전력을 ‘키워야 한다고 보고 있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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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축은 국방과학기술 R&D 로드맵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국방부가 제시하는 ‘국방전략기술 10대 분야’는 향후 예산과 연구개발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AI·자율무인체계, 초정밀 타격, 우주·사이버 작전기술 등 미래전의 핵심이 되는 분야에 2027년까지 R&D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각 군이 내놓은 비전 2050과 국방부·방사청의 최신 업무계획까지 더하면, 한국군이 향후 어떤 전력을 만들고 어떤 전장을 준비하려 하는지 큰 그림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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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비전 문서와 방사청의 중·장기 계획을 살펴보면 표현은 복잡하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늘어난 위협, 줄어드는 병력, 빨라진 기술.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군은 더 가볍고 더 똑똑한 형태로 변하려 하고 있다. 핵심은 기술 기반의 슬림하지만 강한 군대에 가깝다. 이제는 병력 숫자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작동 방식 전체를 바꿔 새로운 전투 방식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힌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미사일 전력이다. 기존의 3축체계가 북한 핵·미사일 대응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틀을 넘어 장거리·고정밀 타격 능력과 다층 방공망을 강화하는 방향이 부각되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군이 노리는 과녁은 더 멀어졌고, 맞혀야 할 정확도는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이나 한국형 아이언돔과 같은 개념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장은 이제 속도와 정확도가 가장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


다음 변화의 주인공은 AI와 드론, 그리고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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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진행 중인 ‘아미타이거’ 계획은 유·무인 전력을 하나의 전투망으로 엮는 시도다. 위험한 정찰은 드론이 대신하고, 지뢰밭 탐지는 로봇이 들어가며, 전투 지휘는 AI 기반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보조한다.


병사 개인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장 앞에서 뛰는 사람이 강한 군인이었다면, 앞으로는 네트워크를 조종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 전투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병사의 체력과 위험을 조금씩 대신해주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장은 땅과 하늘에만 있지 않다. 위성·사이버·전자전으로 확장된 보이지 않는 전장도 한국군의 미래 계획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GPS 교란에 대응하는 기술, 적의 통신망을 무력화하는 전자전 장비, 사이버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어 체계 등이 모두 하나의 전투력으로 묶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 한 줄이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한국군도 이 영역을 핵심 전력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전쟁은 더 조용해졌고, 동시에 더 복잡해졌다.


여기에 인구절벽이라는 현실이 한국군의 변화를 더욱 서두르게 만든다. 병력 감소는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서 군은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한 ‘슬림형·모듈형’ 부대로 바뀌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작은 단위로 구성된 부대를 상황에 맞게 조합해 쓰고, 한 장비가 여러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무기체계 역시 사람이 적어도 효율적으로 굴러가는 구조로 개편되고 있다.


첨단 무기는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 구조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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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미래상이 계획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국방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속도와 우선순위가 흔들렸다. AI·우주·사이버 분야에서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현장의 조직문화와 운용 인력 양성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기술은 미래로 달리는데 제도와 구조가 과거에 머무르면, 그 간극은 언제든 문제로 드러날 수 있다. 미래 무기 계획이 지금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기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방향’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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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미래 계획은 단순히 신형 무기를 나열하는 목록이 아니다. 첨단기술로 전장이 바뀌고, 인구 구조로 군이 흔들리는 시대에 한국 사회가 어떤 형태의 군대를 원하는지 묻는 질문이다.


드론과 AI가 전투의 앞에 서는 군대, 보이지 않는 전장에서 싸우는 군대,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군대. 이런 변화는 이미 예정된 미래다. 다만 그 미래를 어떤 속도로, 어떤 균형으로 받아들일지는 결국 우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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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국방부, 「국방비전 2050」

-국방부, 「미래국방혁신 추진전략」

-방위사업청, 「국방중기계획(2025~2029) 요약본」

-방위사업청, 「합동무기체계기획서(2026~2040) 열람본」

-방위사업청, 「장기무기체계발전방향(2030~2054)」

-국방부, 「2025 업무계획」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국방전략기술 10대 분야」

-육군본부, 「육군비전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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