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 소식은 언제나 숫자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수조 원, 많게는 수십 조 원에 이르는 계약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인 경제 기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자동차 수십만 대를 팔아야 나오는 금액을, 무기 몇 종의 계약으로 한 번에 만들어냅니다.
그러다 보니 방산 수출 뉴스에 따라붙는 표현은 늘 같습니다. '수조 원 규모' '역대 최대' '국가 경제에 큰 도움' 이런 수식어들이죠.
근데 우리 같은 일반인은 이런 표현이 잘 와닿지 않습니다.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황금알 산업 같긴 한데,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방산 계약은 유독 규모가 크고, 왜 정부와 언론은 이 산업을 경제 뉴스로 다루는지, 방산을 경제의 눈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산은 무기를 만드는 산업이기 이전에, 돈이 움직이는 방식이 매우 독특한 수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수출 산업과 방산을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자동차나 가전은 한 대, 한 개를 팔 때마다 매출이 쌓입니다. 많이 팔수록 좋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가격 압박도 큽니다.
반면 방산은 한 번 계약이 성사되면 단가부터 다릅니다. 전차 한 대, 전투기 한 대의 가격은 수백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수십 대, 수백 대가 묶이면 계약 금액은 단숨에 수조 원으로 올라갑니다. 이 차이가 방산 계약을 경제 뉴스의 단골 소재로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방산이 특히 경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방산 제품은 초기 개발비가 막대합니다. 전차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조 원이 들어가고, 전투기는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문제는 이 비용을 국내 수요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군이 필요한 전차 수량은 한정돼 있고, 전투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수출이 없으면 개발비를 회수할 수 없습니다. 방산 기업들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이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의 F-35 전투기입니다. F-35는 미군만을 위한 전투기가 아니라 동맹국들이 함께 구매하는 플랫폼으로 설계됐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가 동시에 참여해 물량을 늘리고, 그만큼 단가를 낮추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막대한 개발비를 분담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인 유지보수 시장까지 확보합니다. 방산 수출이 단순 판매가 아니라 비용 구조를 바꾸는 경제 전략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방산 계약이 ‘수십 조 원’으로 불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계약 방식에 있습니다. 방산 계약은 대부분 패키지 계약입니다. 무기 가격만 놓고 보면 생각보다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훈련 비용, 유지보수 비용, 예비 부품 공급, 성능 개량 비용이 더해집니다. 계약 기간 동안 계속 돈이 오가는 구조입니다. 자동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평생 관리해주는 계약을 함께 파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국과 폴란드의 방산 계약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쉽습니다.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도입하면서 단순 구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폴란드 입장에서는 산업 육성 효과를, 한국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의미합니다.
초기에 체결된 계약 금액보다 이후 이어질 유지보수와 추가 도입, 개량 계약이 더 중요해지는 구조입니다. 방산 수출이 일회성 매출이 아니라 장기 수익 모델이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이런 장기 계약 구조는 국가 경제에 안정적인 외화 수입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수출 산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합니다. 소비가 줄면 수출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방산은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습니다. 무기는 필요할 때 반드시 사야 하는 전략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국가 예산에 반영된 방위비는 쉽게 줄지 않습니다. 방산 수출이 ‘경기 방어 산업’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고용 측면에서도 방산은 독특한 효과를 냅니다. 방산 산업은 고급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단순 생산직보다 연구개발, 설계, 시스템 통합 인력이 많습니다. 이들은 평균 임금이 높고 고용 안정성도 큽니다.
방산 기업 한 곳이 성장하면 협력업체와 부품업체까지 포함해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커집니다. 방산 수출이 늘어날수록 제조업 기반이 단단해지는 이유입니다.
기술 파급 효과 역시 경제적으로 중요합니다. 군사 기술은 민간 산업으로 이전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듭니다. GPS, 인터넷, 항공 기술은 모두 군사 목적에서 출발해 민간으로 확산된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드론, 인공지능, 센서 기술이 방산과 민수 산업을 동시에 키우고 있습니다. 방산 수출을 통해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방산 산업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이 시장에서는 정부가 가장 큰 손입니다. 정부는 최대 고객이자 규제자이며, 동시에 외교적 조율자입니다. 방산 수출 계약이 정상회담이나 외교 협상과 함께 발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 혼자서는 성사시키기 어려운 계약을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방산이 자유시장이라기보다 국가 자본주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방산 수출에는 분명한 한계와 위험도 존재합니다. 지정학적 긴장과 분쟁에 수요가 의존한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특정 국가와의 계약이 외교 관계 악화로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기술 이전이 장기적으로 경쟁자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방산이 늘 윤리적 논쟁의 중심에 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산 수출이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방산은 단순히 무기를 파는 산업이 아니라, 자본을 장기적으로 묶고, 기술을 축적하며, 외교 관계를 함께 움직이는 복합적인 경제 시스템입니다.
수십 조 원짜리 계약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 나라의 산업 구조와 수출 전략이 응축된 결과입니다. 방산을 경제의 언어로 바라볼 때, 이 산업이 왜 계속해서 주목받는지 조금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