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증시에서 가장 빠르게 반응한 섹터는 방산주였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주는 개장과 동시에 급등했고, 일부 종목은 며칠 사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무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실제로 이후 폴란드, 중동,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국산 무기 수출 계약이 잇따르면서 ‘K-방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반대로 방산주가 급락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7년 말, 한 방산기업의 실적 부진과 함께 방위사업청 사업 일정 지연 이슈가 불거졌을 때입니다. 전쟁이나 분쟁과 무관한 내부 이슈였지만, 수주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주가는 단기간에 크게 밀렸습니다.
방산주는 언제나 국제 정세만이 아니라 정책, 일정, 실적 같은 현실적인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방산주는 제품을 잘 팔아서 조금씩 성장하는 일반 소비재 주식과 다릅니다. 특정 사건, 특히 전쟁·분쟁·군비 확대 같은 뉴스가 등장하면 시장의 기대가 한꺼번에 몰리며 급등합니다.
반대로 수주 지연, 정책 변화, 실적 부진이 드러나면 기대가 빠르게 식으면서 급락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방산주는 종종 테마주냐, 성장주냐 라는 논쟁의 대상이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뉴스에 민감한 테마주처럼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 예산과 수주 잔고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적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중적인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면 투자 판단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국내 방산주의 대장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K9 자주포, 항공엔진, 우주·항공 사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미사일, 레이더, 정밀유도무기 등 첨단 무기체계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기술 방산’의 대표주자로 꼽힙니다.
이 외에도 한화시스템은 방산과 IT·레이더를 결합한 기업이고, 휴니드, 빅텍, 스페코 등은 통신, 전원, 부품 등 특정 영역에 특화된 기업들입니다. 이들 종목은 대장주가 움직일 때 함께 주목받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실적과 사업 구조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최근 몇 년간 방산주가 다시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수출입니다. 과거 한국 방산은 내수 중심 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폴란드 대규모 무기 계약을 계기로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한국 무기는 가성비가 좋고 납기가 빠르다”는 평가가 붙으면서 중소 국가들의 선택지로 떠올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소형 방산주는 실적보다 먼저 주가가 크게 움직였습니다. 수출 가능성, 협상 소식, MOU 체결 같은 단계에서도 시장은 선반영으로 반응했기 때문입니다. 방산주 투자에서 ‘실제 계약’과 ‘기대감’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방산주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우상향한 섹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쟁과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될 때는 강세를 보였지만, 긴장이 완화되거나 방위비 증액 논의가 사라질 때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즉, 사이클이 분명한 산업입니다.
다만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내 방위사업 의존도가 높았다면, 최근에는 해외 수주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단기 테마주를 넘어 중장기 성장주로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방산주를 볼 때 ‘언제나 오르는 주식’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주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산주의 가장 큰 변수는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전쟁, 분쟁, 군사적 긴장 고조는 즉각적인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평화 국면, 국방 예산 축소 논의는 부담 요인입니다. 여기에 정부 정책, 방위사업 일정, 해외 수출 승인 여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초보 투자자가 놓치기 쉬운 부분은 ‘실적 발표’입니다. 방산주는 수주 산업이기 때문에 매출이 일정하지 않고, 분기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면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뉴스는 화려하지만 숫자는 조용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함정입니다.
방산주는 기회이기도 하고 위험이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 각국의 군비 증강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점에서 방산 산업 자체는 구조적인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주가가 기대를 많이 반영한 상태라면 단기 진입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라면 방산주를 ‘한 방에 먹는 테마’로 접근하기보다는, 산업 공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편이 낫습니다. 개별 종목보다는 ETF로 분산 투자하거나, 실적과 수주 잔고가 꾸준히 쌓이는 기업 위주로 천천히 접근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입니다.
방산주는 흥분해서 사면 변동성에 흔들리고, 이해하고 사면 시간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주식입니다. 그러니 좀더 차분히 공부하고 들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