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에 걸친 기자가 읽어주는 방산 교과서 연재가 끝났다.
사실 독자분들께 죄송하다. 방산분야에 엄청난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반인으로서, 또 기자로서 궁금해서 조금씩 공부해나간 기록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싶었다. 엄청난 수준의 방산 리포트를 기대하셨다면 또 민망하고 죄송하다.
이 연재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왜 전쟁도 하지 않는 나라가 왜 이렇게 무기를 많이 만드는가. 방산 쪽을 좀 공부해보기 전까지, 이 질문은 나에게도 상식처럼 느껴졌다.
전쟁은 멀게만 느껴졌고, 무기는 뉴스 화면 속에서나 등장하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방산을 하나의 산업이자 국가의 선택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이 질문은 전혀 다른 의미로 되돌아왔다. 전쟁과 분쟁을 막기 위해 안보 능력을 미리 키워야 하고, 이 때문에 방산이 중요하다는 것.
글로벌 무기 거래의 구조를 따라가며 확인한 사실은 명확했다. 무기는 공격의 욕망에서 만들어지기보다, 불안과 불확실성의 축적 속에서 탄생한다. 주변국의 군비 증강, 동맹의 균열, 예측 불가능한 국제 질서는 각국을 무기 시장으로 밀어 넣는다. 탱크와 전투기를 산다는 것은 단순히 무기를 사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사고 선택지를 확보하는 행위에 가깝다.
한국 방산은 이 구조 위에서 형성됐다.
한국은 전쟁을 겪었고, 아직도 휴전 상태에 놓여 있으며, 동시에 세계 무기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나라다. 한국 방산의 출발은 언제나 부족함이었다.
한국전쟁 직후 제각각인 무기를 들고 싸워야 했던 경험, 부품 하나에 작전 전체가 흔들리던 기억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무기 체계라는 목표를 만들었다. 최고 성능보다 실제로 쓰이고, 유지할 수 있는 무기가 우선이 됐다.
이 선택은 ‘가성비’와 ‘빠른 납기’라는 한국형 무기의 정체성으로 이어졌다. 이는 우연도, 마케팅 문구도 아니다.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구조의 결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무기 시장이 요동치자, 한국 방산의 이러한 특징은 경쟁력이 됐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무기보다, 지금 당장 전력화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방산이 주목받은 이유는 기술력만이 아니라, 전쟁의 현실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의 성과가 곧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방산이 마주한 첫 번째 한계는 수요 의존 구조다. 전쟁과 분쟁이 확대될수록 수출은 늘어나고, 국제 정세가 안정되면 주문은 급격히 줄어든다. 지금의 호황은 구조적 안정이 아니라, 특수한 국제 환경 위에 놓여 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지금과 같은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두 번째 한계는 정부 주도 구조의 경직성이다. 방산은 사실상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산업이다. 이 구조는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하는 대신, 경쟁과 혁신을 더디게 만든다.
연구개발은 길고, 의사결정은 느리며, 실패에 대한 책임은 쉽게 회피된다. 방산을 전략 산업으로 키운다는 명분 아래, 효율성과 투명성에 대한 질문은 종종 뒤로 밀린다. 방산 비리가 반복되는 이유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세 번째는 기술 주도권의 한계다. 지금의 한국 방산은 ‘잘 만드는 나라’에는 올라섰지만, ‘기준을 만드는 나라’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많은 무기가 여전히 해외 기술과 부품에 의존하고 있고, 핵심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통합 능력에서는 선도국과 격차가 존재한다. 가성비와 납기만으로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방산의 미래는 분기점을 맞는다. 무인기, 드론, AI 무기, 사이버와 우주 방위로 확장된 전장은 방산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 방산의 경쟁력은 포탄 생산량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센서, 통신망과 데이터 처리 능력에서 갈린다. 방산은 더 이상 군수 공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반도체·소프트웨어·통신 산업이 결합된 국가 기술력의 총합이 되고 있다.
한국 방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이 변화 속에 있다. 단순히 무기를 빠르게 만들어 파는 공급자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전장의 방식과 기술 표준을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갈 것인지의 선택이다.
이는 수출 계약의 크기가 아니라, 연구개발에 얼마나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지, 민간 기술과 군사 기술을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방산을 단기적인 수출 산업으로만 바라본다면, 지금의 성과는 소모되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방산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관리한다면, 이 산업은 안보를 넘어 기술과 산업 전반을 끌어올리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기의 성능이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과 사회적 합의다.
이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방산은 나에게 낯선 분야였다. 오랫동안 기자로 일해왔지만, 방산은 늘 ‘전문가의 영역’처럼 느껴졌고,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세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방산이 단순한 무기 산업이 아니라 안보와 산업, 기술과 외교가 동시에 얽힌 구조라는 점 때문이었다.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방산을 둘러싼 맥락과 질문을 외면하지는 않게 됐다. 이 연재는 그 변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앞으로 기자로서의 커리어 역시 이 방향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 방산은 단기간에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고, 한 번의 연재로 설명될 수도 없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더 많이 보고, 더 천천히 접근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방산 시즌2’라는 이름으로 다시 브런치북에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시선으로, 조금 더 넓어진 관점으로 말이다.
이 연재를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많은 사람이 읽는 글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방산이라는 낯설고 특수한 주제를 끝까지 따라오며 그 중요성을 함께 고민해주신 독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이 연재를 계속 쓰게 한 힘이었다.
안보와 산업, 기술과 선택의 문제로서 방산을 함께 바라봐 주신 덕분에 이 기록도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잠시 멈추지만, 이 이야기를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겠다. 언젠가 더 깊어진 시선으로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려주신다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