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3법칙 : 노력이 아니라 운이다

형님 리더십을 찾습니다

by 애들 빙자 여행러

나의 주변엔 성공한 사람이 한 명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분은 아내의 가까운 친척이다. 옛날부터 집안에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분이셨고 젊은 시절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성공하시어 어엿한 코스닥 상장기업 대표님이 되셨다. 더군다나 나의 대학 1기 선배님이시니 가끔 맞이하는 가족행사 때마다 마주치면 인사를 드리곤 했다. 특히나 그분의 가까운 동기 친구가 나의 동아리 선배이기도 했으니 볼 때마다 다른 친척분들과는 다른 연대의식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의 사무실이 같은 판교이기에 볼 때마다 밥이나 한 번 먹자는 얘기는 계속 나왔으나 그 말은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특징인 인사치레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회사는 언제나 성장에 목말라 있었다. 회사가 역성장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높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어 나는 일에 언제나 허덕이고 있었다. 회사는 무언가 특별한 전략을 요구했고 뼈를 깎는 노력과 열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특히나 내가 아는 한 우리 대표는 회사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분이셨다. 그분의 열정과 지략은 감탄을 자아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의 장점을 빠르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그의 모습과 나 자신을 비교해 보면 나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내 안의 열정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어떤 회사던지 현상유지는 성에 차지 않는가 보다. 회사는 마른 수건을 짜내듯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기대했다. 내가 문제가 있는 건지 점차 지치며 고민이 많을 때였다. 그때 그 선배님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바로 카톡으로 면담을 요청했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점심 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 슬슬 걸어서 선배님 회사 쪽으로 걸어갔다. 회사 안내데스크에서 안내를 받아 선배님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선배님은 반갑게 반겨주셨고 차를 내오도록 요청을 하셨다. 이렇게 점심시간에 나름 대표의 방에 나란히 앉아 있으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여러 간단한 현황 토크가 오갔던 것 같다. 그러다 나는 갑자기 잡지사의 기자처럼 인터뷰 자리로 상황을 변모시켰다. 선배님도 재미있으셨는지 어떤 질문이라도 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의 나의 상황을 설명드렸고 결국 열정이 없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는건지. 왜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인터뷰에는 뼈를 깎는 노력과 지치지 않는 열정 그리고 성공에 대한 욕망이 있어 보였는데. 당신의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지 물었다.


“운이지 뭐.”


너무나 싱거운 대답이었다. 나는 더 답변할 것이 없는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고 선배는 이어서 좀 더 설명을 해주셨다.


“열정이 있다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순 있을 텐데. 열정이 있다고 성공할 수 있다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냥 내가 성공을 한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내가 그 자리에 있더라고. 실력이 아무리 좋더라고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때를 만나는 건 열정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


물론 운이란 것도 준비한 자만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알고 있다. 언제 성공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건지 기다리는 사람은 지칠 수도 있겠다.




그날은 평일 오후였던 것 같다. 업체와의 미팅을 위해 압구정 어디쯤을 걷고 있었다. 그때 난 그곳의 수많은 카페에 잘 차려입고 멋진 젊은 친구들이 유유자적 티타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거리를 달리고 있는 값비싼 외제차들을 봤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는데. 지금 이 시간에 외제차를 끌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 거지”


절망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 역시 인생에서 한 번의 기회가 왔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것이 기회였는지도 몰랐고 어쩌면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기회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오래전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니던 부서가 분사를 하고 나는 규모가 훨씬 작은 자회사로 옮겨지는 과정이었는데 당시 옮기는 회사 주식을 시세보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무척 실망했었다. 회사 직원들에게 아주 싸게 팔 수도 있을 텐데 10%밖에 안 깎아주다니. 회사는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가치를 올려보라며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주식 가치도 따라 올라가게 돼있다고 설득했다. 또한 터무니없이 낮게 주식을 제공하면 그것도 법적인 문제도 있다고 얘기했던 것 같다. 분사 당시엔 주식 매수의 매력이 크게 다가오지도 않았을뿐더러 그것 때문에 자리를 옮긴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주식은 한동안 잊혀졌다.


결과적으로 그 주식의 가치는 그 후 엄청나게 상승했다. 주식 시장이 좋을 때는 나도 큰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최근같이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땐 실망하기도 한다. 아직 현금화시키지 않았으므로 내가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단정짓긴 어렵긴하다.


“운이란 이런 건가? 성공이란 잡으면 잡으려 할수록 더욱 멀어지고 마음을 비우고 그저 최선을 다 한다면 운 좋게 찾아오는 손님 같은. 그저 오늘을 살아야겠다”


나는 사무실을 나오면서 선배에게 오늘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선배나 형님들께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갖기 힘든 세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런 개인적이고 민감한 주제는 특히나 더했다. 언젠가부터 우린 서로가 마음을 닫고 있는 건 아닐지. 그런데 돌아온 선배님의 답변은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나는 오죽하겠니? 넌 나라도 있겠지만 난 나에게 조언해 줄 선배나 형님을 찾기도 힘들다”


우리 시대의 형님 누나들은 모두 어디에 계신가요.

나부터 손을 내밀어야겠다.

keyword
이전 03화제2법칙 : 해답은 본인이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