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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뇌의 기술 일곱 번째 이야기

by 애들 빙자 여행러

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선물옵션이라는 파생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정확히는 ‘옵션’ 상품을 거래한다. 옵션이란 미래의 가치를 사고팔고 하는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말리는 사람도 많다. 특히 아내도 항상 나를 보면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고 한다.


월급만으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없다


코로나 시절이었다. 과거 사회 초년병 시절의 회사 친구들과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며 아직까지도 연락을 취하고 있었는데. 이 중 한 친구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간 프로그래머였다. 우리는 나름 원격으로 재미있는 앱이나 만들어보자고 뭉치며 미국에 회사도 설립했었다. 그 친구와 우리의 시차를 맞추느라 주말 낮에 화상 회의를 진행하곤 했다. 그때 그 친구가 한 마디를 했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더라.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인간의 인생은 길어졌어. 이제 자신의 월급만으로 나머지 반평생을 살 수 없는 시기가 도래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노동력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져야 해.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모여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인 거야


우린 주중엔 회사일로 바빴지만 주말엔 원격으로 모여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나오긴 했는데 결국 출시에는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깨달았고 미처 생각지 못 한 점들이 발견되었다. 저작권이나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로 앱스토어 담당자와 한바탕 싸우기도 했던 것 같다.

몇 번의 앱출시에 실패한 후 한 동안 또 각자 일에 바쁘게 지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다시 회의를 요청했다. 우린 꼭 일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각자 근황토크나 최신 IT트렌드 같은 주제로 수다를 떨곤 했는데 그날 그 친구는 주식의 옵션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옵션의 기본 원리에 대한 3차례의 강의를 하겠다고 했다.


최근 내가 옵션을 시작했는데. 이 좋은 걸 사람들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약간 부담스럽지만 너희에게 옵션의 기본 원리 등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아직 잊지 않았지? 우리의 나머지 미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확률 게임이고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은행이자보다 훨씬 높은 투자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 거야!


그 친구의 설명은 그럴듯했다. 물론 그 친구의 부인도 옵션에 부정적이라 모르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 설명을 따라서 해보니 나도 95%, 98%로 이기는 게임이 지속됐다. 그런데 이런 승률을 가져가려면 아주아주 지루하고 수익률은 매우 낮았지만 결과적으로 총액은 나쁘지 않았다. 몇 번 성공적인 거래를 하면서 욕심이 생기게 됐다.


95% 확률은 너무나 재미없고 90%, 85% 확률에 건다면 더 빠르게 수익이 늘어나지 않을까


꼭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난다. 위험을 감수할 때마다 위기가 찾아왔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옵션은 선물과는 다르게 방향성이 아닌 범위만 맞추면 됐다. 옵션을 하면 투자금 대비하여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돈을 건다손 치더라도 95%가 아닌 5%의 확률이 나올 수 있고 이때를 대비해 놓지 않는다면 정말 패가망신도 할 수 있는 것이 옵션이라 가끔 나오는 5%의 확률에 욕박할 때면 식은땀이 날 때가 많았다.


그렇다면 주식의 대가나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그런 얘기는 결코 들어보지 못했다. 제 아무리 내로라하는 석학들도 완벽하게 예측은 못 했고 가끔 파생상품을 잘못 운영하여 회사가 쫄딱 망했다는 얘기도 듣곤 한다.


미국에는 이런 옵션 투자자를 위해 예측 데이터 자체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친구는 월정액을 내고 지속적으로 받는다고 했고 이들의 예측은 엄청날 정도로 정확하다고 했다. 나는 왜 그런 데이터를 돈을 받고 파는지 의아하긴 했다. 본인들이 해당 데이터로 옵션을 하면 떼돈을 벌텐데 말이다. 나보다 더 베테랑인 친구는 옵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옵션의 제1법칙은 욕심을 버려라라면 제2법칙은 손절이다. 이것도 결국 사람의 마음일 텐데 손해가 발생했을 때 조금만 더 버티면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보다 본인이 미리 손절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정하고 미련 없이 실행한다면 결코 손해를 볼 수 없을 거야


미래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이 발생하면 빠르게 대처하는 것은 아닐까


미래란 알 수 없기에 미래를 자신의 예언에 따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변화의 방향에 따라 나의 (옵션처럼) 포지션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냥 미래가 아닌 현실에 따라 매일매일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지. 즉, 미래에 10% 상승에 베팅했는데 오늘 1% 하락이 나온다면 바로 나의 예측인 10%를 9%로 수정하는 것. 미련하게 반드시 10% 상승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미래는 현실을 투영할 수밖에 없다.


나의 인생도 미래가 아닌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할 이유일 것이다.


결코 옵션 찬양 이야기는 아니다. 참고로 나는 최근 옵션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지만 잘 알다시피 최근 우리나라 정치적 변동성이 너무가 커서 주식 시장이 요동쳤었다. 옵션을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삶의 질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시작할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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