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의 기술 열여덟 번째 이야기
언젠가 볕 좋은 한낮에 홍대 근처의 한 카페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문틈사이로 내 코끝을 살랑이는 치즈 냄새에 현혹되다.
나는 내가 거닐고 있는 이곳은 바로 이탈리아 어느 한 시골. 한 핏짜리아 옆을 지나며 점심시간에 무엇을 먹을지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그렇게 나 자신을 세뇌시킨다.
이렇게 하면 오후의 과중한 업무 및 야근로부터 정신적으로 해방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거지.
나는 오늘도 이런저런 잡무를 처리하면서 결국엔 이 일이 미래의 나를 강하게 만들고 실무를 밝게 만드는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 세뇌시켰다.
이렇게 생각하면 집중력을 가질 수 있고 업무를 매끄럽게 끝마칠 수 있는 거지.
신념이라는 것,
열정이라는 것.
결국은 딴생각을 못하도록 또 의식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세뇌시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거다.
과연 이렇게 자신을 세뇌시키지 않으면 어찌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나는 삶을 친절하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이러한 기술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만약 이 기술의 위대함을 깨닫지 못하거나 이것에 서투른 사람은 얼마나 삶이 고달플지 걱정이다.
세뇌가 서투른 사람은 상처받기 쉽고 치유가 필요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치유란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통해 접하기도 하고 몸을 학대해 체력을 고갈시켜 새로운 마음 가짐을 가질 때도 만날 수 있다.
이는 서투른 사람뿐 아니라 세뇌의 기술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사람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