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의 기술 열 아홉째 이야기
절망의 순간은 매우 순식간에 다가왔다.
그것은 전혀 예측할 수도 없었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
그 충격으로 나는 한동안 숨을 쉬기 어려웠다.
그날은 가장 편한 복장과 가벼운 몸상태를 유지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간혹 어설픈 기대와 상상을 해보긴 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돌아오는 길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절망의 순간을 경험한 것은
그 후로부터 그리 오래지 않았다.
나는 나는 서서히 조여 오는 나의 숨통에 헉헉거리며
이 고통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잠시 생각에 잠기다.
나는 나는 나 자신과의 타협에서
오늘 저녁까지만 고통을 느끼기로 잠정 합의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평상으로 되돌아가기로 정리를 했다.
나에게 남은 몇 시간 동안만 그 아픔을 느껴보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
고통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아픔을 다독거리는 기술도 더하여 늘고 있다.
나는 그 조그마한 고통의 시간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잠을 청하다.
허나 잠은 오지 않고 어두운 방 안에
홀로 누워 답답한 가슴을 헐떡거리다.
시간은 흘러 고통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통을 느낄 만큼
바로 다른 더 큰 고통이 찾아오고 있었으니
오히려 그 고통에 대한 심심한 애도를 표명하러
이 글을 쓴다.
힘겨운 세월을 살아가는 힘이란.
또 다른 고통으로 다른 고통을 잊는 것
새로운 고통으로 고통을 잊는 건
세뇌의 또 다른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