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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밥이 얼마나 중요한데...

121일차

by 태희킷이지 Mar 05. 2017


2017. 1. 19.


어젯밤 일찍 뻗어버려서 고구마랑 계란을 안 삶아놨다. 10분 일찍 나와 편의점에서 김밥을 하나 먹으면서 차를 기다린다. 공장으로 가는 길에 '저지리'라는 동네를 지나는데 간판에 'New 저지 부동산'이라고 써있어서 김밥이 튀어나올 뻔 했다. 


오전엔 라인 상류에서 수분크림 뚜껑닫는 일을 했다. 꽤나 뻑뻑해서 손목을 크게 두 번 반 돌려야 뚜껑이 굳게 닫혔다. 닫고선 크림용기를 뒤집어 까만 선에 맞춰두면 코딩기를 지나 제조년월이 찍힌다. 앉아서 하니까 체력이 확실히 덜 소모되는 듯하다.


어제, 그제는 그래도 입에 넣고 씹을만했는데 공장에서 주는 점심은 너무나 노맛이다. 오늘은 설탕을 쏟으셨는지 모든 반찬이 깜짝놀랄만큼 단 맛이다. 아침에 함께 오는 주임님 말로는 식대의 절반은 월급에서 나간다고 하시던데 이건 맛이 너무하다 싶다. 그래서인지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집에서 밑반찬을 싸오셔서 먹는다... 


출퇴근길에 주임님이랑 열심히 떠들면서 오가다보니 밥과 관련한 사무직과 생산직의 갈등도 듣게 됐다. 생산직 근무자들이 12시 30분에 식사를 시작하기 전 2층에 있는 사무직 근무자들이 30분 먼저 밥을 먹는데 그러다보니 음식이, 특히 국이 식거나 국 안에 건더기가 불어터지는 상황도 발생하곤 한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뜨끈한 국을 먼저 찾을 생산직 근무자들은 국 상태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대부분 컵라면을 하나씩 들고와서 함께 먹는다고 한다. 일할 때 밥이 얼마나 중요한데...


오후에는 제조년월이 찍힌 화장품 용기 바닥을 확인하고 단상자에 넣는 일을 했다. 그래도 눈으로 뭔가를 확인해야해서 집중력이 올라간 것 같긴 하다. 공장에서 종이 박스를 무지 많이 쓰다보니 먼지가 엄청나다. 매 쉬는 시간에 물을 들이켜도 일을 하다보면 목구먹이 따가워진다. 8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하면 2시간을 내리 일하고 10시 30분에 잠시 휴식을 갖는다. 화장실도 가야하고 물도 마셔야하는데 쉬는 시간은 고작 10분이다. 여자분들이 대부분인데 10분이면 화장실만 다녀와도 쉬는 시간이 끝나는 것 같다.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한 시간동안 점심시간을 보내고나면 오후에도 3시 30분, 5시 30분에 두 시간 마다 휴식을 한다. 쉬는 시간엔 보통 커피나 물도 드시지만 하루종일 서서 움직이다보면 당이 떨어져서 빵이나 과자도 많이 드시는 것 같다. 카스타드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어 나는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지 어제보단 덜 힘들다. 예상했던대로 다음주도 나올 수 있냐는 제의가 왔고 륙지에 가야해서 안 된다고 이야기 했다. 닝겐의 기계화 얘기는 굳이 안 했다. 집으로 돌아와 코타츠에 쏘옥 들어갔다. 아 이거 집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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