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가치관이나
선악의 기준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보다
더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이 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바라보며
자주 미소 짓고, 웃는지
눈여겨보는 것이다.
- 비트겐슈타인
#장면 1
친구의 어깨가 축 처져 있습니다. 자꾸 먼 산을 멍하니 보며 한숨을 쉽니다. 걱정스레 친구에게 묻습니다. “무슨 일 있어?” 친구는 아니라고 대답하며 입꼬리를 애써 올리지만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습니다.
#장면 2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크게 뜬 눈으로 쏘아보듯 바라봅니다. 꽉 쥔 주먹이 떨립니다. 괜찮다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애써 억누르듯 떨리고 있습니다.
말만 말이 아닙니다. '소리'와 '글자'만 언어가 아닙니다. 표정, 시선, 몸짓, 억양, 소리의 크기, 소리의 속도, 심지어 말과 말 사이의 침묵까지. 이 모두가 우리가 쓰는 언어입니다. 소리와 글은 숨길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언어를 숨길 수는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순간순간 온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메소드 연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최민식은 <악마를 보았다> 촬영 이후 메소드 연기의 후유증에 대해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어느 아저씨가 친근감을 표시하며 반말로 말을 건네자 '이 새끼 왜 반말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 섬뜩함을 느꼈다."
이런 배우들은 촬영이 끝나고 나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눈빛, 몸짓, 목소리까지 배역이 되려면 결국 자신이 배역 그 자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기가 끝나면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자신이 낯설고, 원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록 우리의 언어는 정직합니다.
유독 자꾸 오해가 쌓이는 관계가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왜 내 말을 그렇게 듣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 억울하고 속상합니다. 입으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나의 몸은 다른 말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반대로 욕을 해도 정겨운 관계도 있습니다. 입은 거친 말을 내뱉고 있지만 그의 몸은 부드럽고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서로 활짝 웃으며 거친 말을 주고받습니다. 몸의 언어가 반가움을 말하고 있기에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언어를 쓰고 있나요?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습니다. 거울을 봐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지 스스로 알기는 참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은, 이 세상은 온몸으로 표현하는 나의 언어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 세상의 반응은 나의 언어에 대한 대답입니다. 거울을 보며 얼굴을 살피듯, 타인과 세상의 반응을 잘 보고 나의 언어를 살펴봅니다.
나는 무엇을 보며 웃나요? 내가 무엇을 보고 웃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질문을 바꿔봅니다.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나는 그 사람의 어떤 점이 좋은가요?’
나는 무엇을 보며 화를 내나요? 질문을 바꿔봅니다.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나는 그 사람의 어떤 점에 화가 나나요?’
나는 세상에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질문을 바꿔봅니다.
‘세상이 나에게 어떻게 대하나요? 유독 나에게 가혹한가요, 다정한가요?’
‘하늘의 그물이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는 것 같지만 빠뜨리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온몸으로 타인과 세상에 건네는 말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나의 세상은 나의 언어로 지은 집입니다.
먼저 내가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지 아는 것이 변화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내가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지 알면, 비로소 내가 경험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됩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울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신의 모습을 다듬어 갑니다. 현명한 나는 타인과 세상이 비춰주는, 내 언어의 거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타인과 세상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하나하나 다듬어 갑니다.
나는 무엇을 보며 자주 미소 짓고 웃고 있나요?
나는 무엇을 보며 자주 미소 짓고 웃고 싶은가요?
<4음절 정리>
온몸으로 한숨짓고
입으로는 난괜찮다
고개뻣뻣 눈을부릅
그러면서 난괜찮다
말과글만 언어아냐
표정시선 몸짓억양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게전부 언어일세
자꾸내말 오해한다
원망하고 억울말고
나의언어 돌아보며
나의 언어 살펴보네
거울보며 다듬듯이
타인반응 세상반응
내언어의 거울이니
거울보듯 살펴보세
하늘구멍 성글어도
바늘하나 빠짐없어
온몸으로 건네는말
결국내게 돌아오네
내언어를 알게되면
이미변화 시작되니
거울한테 원망말고
거울보며 예뻐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