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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의자포U Nov 04. 2024

24. 침묵은 삶으로 새기는 언어입니다


죽는 날까지 선한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하나?

- 비트겐슈타인



‘선한데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고, 아름다운데 어떻게 선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선한데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고, 아름다운데 어떻게 선할 수 있을까요?’


선하고 동시에 아름답다는 것은 마치 ‘부드러운 직선’처럼 아득한 일입니다.


왜 그럴까요?


선함은 내면의 잣대이며 아름다움을 바깥을 향하는 목소리입니다. 내면의 잣대가 선명할수록 그 잣대를 타인과 세상에 들이대게 됩니다. 나의 선함을 다른 사람과 세상에 요구하게 됩니다.  


선함이 타인을 향하지 않고 오직 자신을 향할 때, 아름다워집니다. 자연이 그러하듯이.


자연은 말뜻 그대로 스스로 그러할 뿐입니다. 자(自)는 ‘스스로 자’, 연(然)은 ‘그러할 연’ 자입니다. 풀어 보면 ‘스스로 그러한 것’이 자연입니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할 뿐, 너도 그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내면의 잣대는 선명하되 타인과 세상에 그 잣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은 선하고 아름답습니다.


물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직진합니다. 매 순간 직진하지만 직선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장애물이 있으면 휘돌아가며 굽이굽이 흘러갑니다.


나무는 햇빛을 향해 직진하며 가지를 뻗습니다. 매 순간 직진하지만 직선이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습니다. 다른 나뭇잎의 그늘을 피해 매 순간 직진하며 구불구불 자라납니다.


물은, 나무는 주변의 것들이 자신의 직진에 동참하도록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순간순간 곧게 나아갑니다. 그렇게 부드러운 직선을 그리며 묵묵히 나아갑니다. 선하고 아름답게 나아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형이 있습니다. 한 시민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만났습니다.


왜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냐는 물음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서 함께 하고 싶었다고 수줍게 말했습니다.


대부분 직장인으로 이루어진 단체였기에 주로 저녁 시간에 회의와 활동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형은 퇴근 후 시민단체 사무실에 들러 말없이 설거지만 하고 돌아가곤 했습니다.


회의 때도 과묵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지만, 꼭 필요할 때면 짧고 명료하게 의견을 말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술자리에서도 말하기보다 듣는 것을 즐겨 했습니다. 언제나 말할 때는 제일 마지막에, 계산할 때는 제일 먼저였습니다.


있으면 표가 잘 나지 않지만, 없으면 표가 나는 사람. 형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선하고 아름다운.



선하고 아름답기 위해 나의 언어는 어떠해야 할까요?


‘말이 앞서는 사람은 자기 말을 삶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더욱 시끄럽게 외치는 것이고, 실제로 무언가를 계속 해내는 사람은 삶에서 실천하느라 말할 틈과 이유를 찾지 못해서 사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김종원 작가의 말을 새겨 봅니다.


듣고 새기기를 부지런히 하고, 말하기는 삼가야겠습니다. 마음에 새긴 말을 입으로 내뱉기보다, 행동으로 삶에 새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뿌리를 먼저 내려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저 깊은 땅속으로 묵묵히 스스로를 뻗어가는 뿌리가 있어 나무는 비로소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힘은 침묵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부지런히 마음에 새긴 언어들이 행동을 통해서 내 삶에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언어 - 침묵과 행동 -로 ‘죽는 날까지 선한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4음절 정리>


선하고도 아름답게

살아가기 원한다면

부드러운 직선으로

흘러가는 물을보고

부드러운 직선으로

자라나는 나무보세


스스로자 그러할연

스스로가 그러할뿐

타인에게 자기잣대

요구하지 아니하네


선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처럼 살고프면

마음속에 새긴말을

입밖으로 뱉기보다

행동으로 부지런히

나의삶에 새겨야해


나의삶에 새긴말들

행동으로 피어나서

선하고도 아름답게

살아가길 소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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